[내가 본 영화] 보는 공포에서 듣는 공포로

  • 문화
  • 영화/비디오

[내가 본 영화] 보는 공포에서 듣는 공포로

여고괴담 4: 목소리

  • 승인 2005-07-15 01:44
  • 김형중 기자김형중 기자
감 독 : 최익환
주 연 : 김옥빈, 서지혜




익숙한 일상의 소리가 ‘여고괴담
4: 목소리’를 통해 으스스한 공포로 돌변, 관람객들을 엄습한다. ‘목소리’는 사춘기 소녀의 정체성과 불안한 심리, 좌절된 욕망과 도처에 널린 혼란을 상징하는 매개가 된다.

공포와 함께 ‘목소리’는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여긴다는 ‘친구’, ‘관계’, ‘소통’ 등에 대해 큰 화두를 던진다. 전편에서 제기한 입시 문제를 비롯해 학생들 간의 경쟁 등 사회적인 맥락을 탈피해 좀 더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단짝 친구였던 영언(김옥빈)과 선민(서지혜), 갑작스런 영언의 죽음, 그리고 선민에게만 들리는 영언의 목소리가 초반 호기심을 형성한다. 영언의 죽음을 둘러싼 음악 선생(김서형)과의 관계 등이 불거지면서 미스터리가 가속화된다. 우정 관계로 시작한 이야기는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동성애 설정이 더해지며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가 가지는 가장 커다란 혁명은 주인공의 죽음이다. 주인공 영언은 극의 초반 죽음을 당한다. 억울한 사연을 산 자들이 풀어주는게 공포영화의 묘미인데 ‘목소리’의 귀신은 직접 자신이 범인을 쫓고 감정싸움의 주체가 된다.

오직 선민의 눈에만 보이는 영언의 정체를 나타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리’다. 심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효과음은 없다. 대신 복도에 울리는 발자욱 소리, 보일러실의 웅웅거리는 기계음,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일상의 소음에 집중하면서 공포는 극대화된다.

그건 말초적인 충격이 아닌 몸을 옥죄어 오는 공포다. 10대 소녀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는 이 익숙하지만 낯선 소리를 타고 심리 공포의 정점으로 들어간다. ‘보이는 사운드’를 표방한 심리 공포 ‘목소리’를 보는 관객들은 눈 대신 귀를 막아야 할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