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연 : 김옥빈, 서지혜
익숙한 일상의 소리가 ‘여고괴담
공포와 함께 ‘목소리’는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여긴다는 ‘친구’, ‘관계’, ‘소통’ 등에 대해 큰 화두를 던진다. 전편에서 제기한 입시 문제를 비롯해 학생들 간의 경쟁 등 사회적인 맥락을 탈피해 좀 더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단짝 친구였던 영언(김옥빈)과 선민(서지혜), 갑작스런 영언의 죽음, 그리고 선민에게만 들리는 영언의 목소리가 초반 호기심을 형성한다. 영언의 죽음을 둘러싼 음악 선생(김서형)과의 관계 등이 불거지면서 미스터리가 가속화된다. 우정 관계로 시작한 이야기는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동성애 설정이 더해지며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가 가지는 가장 커다란 혁명은 주인공의 죽음이다. 주인공 영언은 극의 초반 죽음을 당한다. 억울한 사연을 산 자들이 풀어주는게 공포영화의 묘미인데 ‘목소리’의 귀신은 직접 자신이 범인을 쫓고 감정싸움의 주체가 된다.
오직 선민의 눈에만 보이는 영언의 정체를 나타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리’다. 심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효과음은 없다. 대신 복도에 울리는 발자욱 소리, 보일러실의 웅웅거리는 기계음,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일상의 소음에 집중하면서 공포는 극대화된다.
그건 말초적인 충격이 아닌 몸을 옥죄어 오는 공포다. 10대 소녀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는 이 익숙하지만 낯선 소리를 타고 심리 공포의 정점으로 들어간다. ‘보이는 사운드’를 표방한 심리 공포 ‘목소리’를 보는 관객들은 눈 대신 귀를 막아야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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