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 잃어버린 보석을 찾아서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춘추] 잃어버린 보석을 찾아서

  • 승인 2005-07-15 00:00
  • 이승재 국악 칼럼니스트이승재 국악 칼럼니스트
K형! 오늘 어떤 계획을 세우느라 책상달력을 들여다보다가 지난번 형하고 전화 통화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보았습니다. 그러자 형이 그리워져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얼마 전 제가 연출한 무대공연(‘한자이 歌曲이 펼치는 中과 和의 세계’)에 꼭 오실 줄 알았어요. 언제나 제가 하는 일이면 그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격려해주고 함께 기뻐해주었잖아요. 섭섭했습니다. 수개월 동안 열악한 상황과 씨름하며 땀 흘려 만든 작품이었거든요.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성악 정가의 새 무대였습니다. 가곡·시조·가사를 아우르는 정가는 인간의 삶을 관조하는 은자(隱者)의 넉넉함과 올곧은 선비의 정신을 담은 우리음악의 한 갈래입니다. 사회적 무관심과 교육 부재로 인해 현재 멸절 위기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정가를 살려내고, 더 나아가 정가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중과 함께 나누느냐?”하는 것을 늘 생각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무대를 위해, 전통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모습을 창출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기본 개념으로 삼고, 고요함 속에 무한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정가에 춤과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여 역동적이며 시청각적인 아름다움을 새롭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한 피트(pit)를 사용한 오페라적 기법과 조명 및 효과음 등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전통예술의 극한을 무대 위에 그려 보았지요. 네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무대는 자기 깨침을 통해 무욕의 세계로 진입하는 인간의 모습과 진실한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공연 후 꼼꼼히 따져보니 아쉬운 점도 많고 개선할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음을 위해 빠짐없이 적어두고 새 아이디어를 보충했지요. 참, 찬사와 격려도 꽤 받았다는 얘기를 빼놓을 뻔했군요. 관람객 수도 상당했어요.

K형! 하지만 사람들은 정가를 포함해서 우리음악 대부분의 장르에 대해 존재 유무도 몰라요. 비록 안다고 하더라도 가치의 경중을 가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말하지요 “우리음악은 단조롭고 지루해.”, “우리음악은 미개해.”, “우리음악은 천해.” 무지에서 비롯된 이러한 편견들을 어떻게 하면 뜯어 고칠 수가 있을까요? 음악은 그 음악이 속해 있는 사회의 얼굴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사회의 수준과 건강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보석이 넘쳐나던 우리 전통음악을 외면한 요즈음의 음악은 어떤가요?

조선 중기에 사셨던 중관해안(中觀海眼)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포각자가무진장(抛却自家無盡藏)하고, 연문지발효빈아(沿門持鉢效貧兒)라” (자기 집에 쌓여있는 보물은 다 버리고, 깡통 들고 남의 집 문전에서 밥을 비는구나). K형! 잃어버린 그 귀한 보석들을 꼭 되찾을 수 있겠지요. 밤이 깊었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