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성악 정가의 새 무대였습니다. 가곡·시조·가사를 아우르는 정가는 인간의 삶을 관조하는 은자(隱者)의 넉넉함과 올곧은 선비의 정신을 담은 우리음악의 한 갈래입니다. 사회적 무관심과 교육 부재로 인해 현재 멸절 위기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정가를 살려내고, 더 나아가 정가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중과 함께 나누느냐?”하는 것을 늘 생각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무대를 위해, 전통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모습을 창출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기본 개념으로 삼고, 고요함 속에 무한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정가에 춤과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여 역동적이며 시청각적인 아름다움을 새롭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한 피트(pit)를 사용한 오페라적 기법과 조명 및 효과음 등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전통예술의 극한을 무대 위에 그려 보았지요. 네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무대는 자기 깨침을 통해 무욕의 세계로 진입하는 인간의 모습과 진실한 남녀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공연 후 꼼꼼히 따져보니 아쉬운 점도 많고 개선할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음을 위해 빠짐없이 적어두고 새 아이디어를 보충했지요. 참, 찬사와 격려도 꽤 받았다는 얘기를 빼놓을 뻔했군요. 관람객 수도 상당했어요.
K형! 하지만 사람들은 정가를 포함해서 우리음악 대부분의 장르에 대해 존재 유무도 몰라요. 비록 안다고 하더라도 가치의 경중을 가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말하지요 “우리음악은 단조롭고 지루해.”, “우리음악은 미개해.”, “우리음악은 천해.” 무지에서 비롯된 이러한 편견들을 어떻게 하면 뜯어 고칠 수가 있을까요? 음악은 그 음악이 속해 있는 사회의 얼굴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사회의 수준과 건강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보석이 넘쳐나던 우리 전통음악을 외면한 요즈음의 음악은 어떤가요?
조선 중기에 사셨던 중관해안(中觀海眼)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포각자가무진장(抛却自家無盡藏)하고, 연문지발효빈아(沿門持鉢效貧兒)라” (자기 집에 쌓여있는 보물은 다 버리고, 깡통 들고 남의 집 문전에서 밥을 비는구나). K형! 잃어버린 그 귀한 보석들을 꼭 되찾을 수 있겠지요. 밤이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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