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지성이가 그냥 넘어가지 못하나보다. 처음 지성이가 우리 반이 되었을 때 전 학년 선생님께서 “선생님, 그 아이는 하루를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어요. 더욱더 문제인 것은 그 애 부모님이에요. 지성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을 많이 괴롭힌다고 했더니 ‘누가 그렇게 힘 약한 아이로 키우라고 했습니까?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더군요”하며 지성이 보다 부모님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님이야 어쨌든 학기 초에 지성이가 아이들을 괴롭힐 때마다 그 즉시 불러다 혼냈다. 내가 교실에 있을 때는 얌전한 척 앉아 있어 점점 지성이의 행동이 변화되는구나싶어 내심 흐뭇했다.
그런데 며칠 후 울리는‘따르릉’전화소리.
“지성이라는 아이가 선생님 반이지요? 그 아이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우리 반 아이에게 와서 공을 빼앗고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어요.”
순간 나는 나의 지도 방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압적인 우격다짐이 그 순간 무서움을 주는 사람 앞에서만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어딘가에 뭉쳐져 있어 틈만 생기면 그대로 표출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썽쟁이 지성이를 단계적으로 길들이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 먼저 야단치는 횟수를 줄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지성이가…”하면 “그래 , 알았어”하고 최소한 다른 아이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정도면 혼내지 않았다. 그리고 줄기차게 체육을 열심히 하였다.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소비할 수 있게 틈만 나면 운동장으로 나가 한 시간 내내 뛸 수 있는 축구, 달리기, 줄넘기, 꼬리잡기 들을 했다.
그리고 지성이 집에 전화를 걸어 과격한 운동을 시킬 것을 부탁드렸다. 지성이 부모님도 그동안 지성이의 산만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흔쾌히 승낙하셨다. 또 마지막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인정을 해주었다. 지성이는 체력이 좋고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그래서 반 대항 달리기, 축구, 피구를 하면 단연 빛났다. 무언가에 그렇게 푹 빠져서 운동장 여기저기를 휩쓰는 모습을 보니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내 눈에 말썽쟁이 지성이가 영웅으로 보여 질 때 아니나 다를까 효과는 있었다. “야, 우리 같이 축구하자. 이번 주 일요일에 학교에 나와서 같이 하는 게 어때? 점심 먹고 나도 같이 축구하자.” 한 마디로 천하의 지성이가 친구 눈치를 보며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기 혼자 잘났다고 힘세다고 함부로 행동해서는 친구들이 자기를 피해 다니고 친구들이 정말 어쩔 수 없는 강압 때문에 자기와 놀게 되더라도 그 재미가 덜하다는 것을 지성이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지. 지성아,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려하는 축구가 재미있고, 피구가 재미있고 반 대항 달리기 때 목이 터져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고맙지? 앞으로 친구 눈치, 선생님 눈치, 부모님 눈치 더 많이많이 보거라. 응?”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