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법에서 정한 ‘결함’에는 제조, 설계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나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포함된다. 특히,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대체설계를 위해서는 신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어린이가 젓가락을 전기콘센트 구멍에 집어넣어 감전으로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나, 녹즙기의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무심코 통속에 손을 넣어 손가락이 잘려 나갈 수 있는 제품의 경우에는 ‘설계상의 결함’ 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례는 비교적 용이한 기술을 활용하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이 개발됨으로써 ‘설계상의 결함’이 극복된 경우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폭발사고가 언론에 보도됨으로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경우는 어떤가? 이러한 폭발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신기술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되어 특허등록은 물론 이를 적용한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시중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폭발방지장치가 없는 기존의 제품은 ‘설계상의 결함’ 제품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PL법이 시행된 2002년 7월 1일 이후의 제품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설령 소비자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사고라 할지라도, 그와 같은 사고가 여러 번 발생하였고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소비자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현행 법 기준에 따라 판매가 승인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조업체가 이러한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PL법상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보상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압력밥솥폭발사건, 불량만두사건 등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어떠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서 기업들 스스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PL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신기술의 개발을 앞당기고 결과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 된 이후에도 법과 기준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이러한 사고의 위험과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
소비자보호라는 본래의 취지 이외에도 획기적인 신기술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PL법의 적극적인 홍보와 활용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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