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건교부가 제시한 오송분기점 노선을 한번 살펴보자. 이 노선은 오송을 출발 연기군을 거쳐, 공주반포 도남리~공주반포 마암리~공주계룡 내흥리~공주계룡 구왕리~공주계룡 봉명리로 이어진다. 계룡산의 중심점인 천황봉, 쌀개봉 능선에서 볼 때 서북쪽이다. 여기서 계룡산과 연결되는 부분이 공주반포 마암, 계룡 내흥, 구왕리 부분이다. 쉽게 말해 대전에서 공주 쪽으로 가다보면 공주대교에 못 미쳐 청벽이라는 곳에서 갑사 쪽으로 이어지는 길 오른편 구릉일대로 보면 정확하다. 계룡산 국립공원 끝 경계에서 가까운 곳은 수 백 미터에서 먼 쪽은 1000여 m 떨어져 있다. 건교부의 주장처럼 이곳은 계룡산국립공원 지역은 아니다. 그럼 이곳을 계룡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이곳은 산 아래 부분이 아닌 중턱, 즉 6부 능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계룡산 일대를 봉우리를 연결해보면 간맥(幹脈)과 지맥(枝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산의 정상인 천황봉에서 시작한 간맥은 쌀개봉~관음봉~삼불봉~수정봉을 지나 구재(상신리 상봉)를 거쳐 국사봉(마티고개 윗봉우리)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오송 노선은 불행히도 국사봉 아래를 거쳐 갑사 인근지역으로 지난다.
산의 형상을 말하면서 제일 큰 것은 맥(脈)이요, 그 다음이 산(山)이며, 작은 부분이 봉(峯)이다. 이어진 한 산등성이를 놓고 동일한 산이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국립공원에 속하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건교부도 이곳 일대를 설계하면서 대부분을 터널로 계획한 것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계룡산과 이어진 부분은 대부분이 터널공사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계룡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고속철도가 계룡산을 통과하느냐, 않느냐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따라서 고속철도 노선이 국립공원지역이냐, 아니냐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고속철이 지나면서 얼마나 산림을 훼손(환경파괴)하느냐와 차선책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한번 설계된 계획대로 고속철도가 완공됐다고 보자. 계룡산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환경파괴로 시름하고 있는 계룡산은 이 철도 건설로 완전히 녹다운(?) 될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계룡산과 금강이 만나는 곳이다. 풍수지리상으로 보면 산과 강이 만나는 곳이 제일 좋은 명당 터다. 하물며 ‘충청인의 가슴’인 계룡산과 ‘충청인의 젖줄’인 금강이 만나는 곳의 자연을 파괴하면서 흉물이 지나간다면 충청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흔히 우리가 계룡산을 말할 때 명산(名山)이라는 말보다 영산(靈山)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는 계룡산의 산세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오묘한 멋과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필자는 더 이상 계룡산이 우리 충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충청인들이 그토록 좋아하고, 사랑하는 안식처인 계룡산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배달민족의 영산’ 계룡산. 이 산을 지키는 것은 다름 아닌 충청인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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