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순이스러운’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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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순이스러운’ 사회를

  • 승인 2005-07-11 00:00
  • 임영호 대전대 대우교수·前대전 동구청장임영호 대전대 대우교수·前대전 동구청장
사람은 자신의 평소의 삶에서 결여 된 것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미국 광고에서는 집단에의 소속감이라는 가치가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형태로 자주 등장한다. 실제 생활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에 젖어 그것이 더욱 그리운 것이 아닐까 한다. 반면 일본 광고에서는 반대로 개인주의라는 가치를 강조해야 그 광고가 먹힌다. 일본에서의 집단주의는 일상적인 삶에 넘쳐날 정도다. 이런 원리를 가치 패러독스(Value paradox)라고 한다.

다른 차원이지만 미래학자 네이스 비트는 우리의 삶이 기술에 젖어들면 들수록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더 많이 원하게 되고, 의학이 하이테크 쪽으로 접어들면 들수록 대체 치료제나 치료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육체가 아닌 머리로 컴퓨터에 몰두하면 할수록 레저활동이 더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서점에 가보면 사실 ‘단순하게 살아라’, ‘느리게 사는 방법’등의 책 종류와 영혼의 안식과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요즘엔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텔레비전 연속극이 히트를 치고 있다. 시청률이 무려 40%가 넘는다고 한다. 같은 시간대 FM 라디오의 어느 사회자조차도 “이 시간에 삼순이를 보기 위하여 TV에 다 몰려갑니다. 우리끼리라도 신나게 놉시다”라고 멘트할 지경이니 그 인기가 알만하다.
드라마 내용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할까 하며 나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얼마 전 시청하였다. 주인공이 한마디로 양심적이고 따뜻하게 평범하게 살면서 할 소리 하고, 하고 싶은 행동하고 사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이다.

주인공 김삼순은 몸 짱은 더욱 아니다. 예쁜 것도 아니다. 잘난 것도 없다. 가진 것도 많지 않다. 애인 쫓아다니다 직장도 잃었다. 그러면서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산다. 우리는 ‘삼순이스러운’ 이 노처녀에 왜 열광하는가.

우리 사회에 만연된 그릇된 풍조에 대한 의미 있는 신호이다. 지방제거 수술을 할 정도로 몸짱에 신경 쓰고, 성형수술로 예쁜 얼굴 만들려고 얼굴을 뜯어고치고, 대학 나와야 하며, 부동산 투기해서 부자가 돼야 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선 애인을 버릴 정도로 각박한 세상에서 있는 자, 잘난 자에게 기죽고 굽실거리는 우리의 자화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방식에 크게 의존하였다”고 강준만 교수는 지적했다. 심할 정도의 경쟁이 우리의 마음에 여유가 없게 만들었다. 또한 경쟁에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보니 무엇이든지 남보다 잘나지 않으면, 1등 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낀다.

이제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하나 방향을 모색하면서 사회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이다. 따라서 서울대 입시 문제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처방은 현재는 최선일지라도 사회의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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