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기여입학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시감] ‘기여입학제는 안된다’

  • 승인 2005-07-08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한동안 뜸하던 대학 기여입학제가 또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60명이 하계세미나에서 기여입학제의 제한적 허용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한 것이 그 시발이다. 국민들의 거부감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특별전형을 통해 정원외 인원을 뽑겠다는 취지다. 기여금의 용도를 투명화하고 입학 자격도 강화 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점들을 대폭 보완하면 대학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986년 교육개혁심의위원회가 사학발전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했다가 국민 정서상의 이유로 유보된바 있는 이 제도는 최근 2,3년 전에도 일부 명문 사립대학에서 도입을 적극 추진하려다 여론과 교육부의 강력한 반발로 포기됐던 전례가 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전국 대학 총장들이 다시금 이를 들고 나온 것을 보면 우리 대학의 어려운 실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은 다른 나라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하다. 그로인해 세계 유명 대학과 경쟁하는데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공립대학은 물론이고 국내 200개 4년제 대학중 154곳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재단의 전입금은 미미하고 정부의 지원금은 대학 재정의 5%에 불과하다보니 재정의 70%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입학 학생수 감소는 대학 수입 급감이란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대폭 올릴 수도 없고 보면 요즘 대학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일 것이다. 거기에다 지난 4일엔 10개 국립대학이 5곳으로 통합하고 수도권 주요 사립대가 입학 정원을 10%씩 줄이겠다는 내용의 대학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여타 대학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척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빈약한 대학재정 속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할 대학 관계자들의 여러 생존전략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게다. 충분히 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 다시 요구하는 기여입학제 허용만큼은 절대 안된다. 이는 우리 교육계 질서를 넘어 우리사회 근간을 무너뜨리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기여입학제란 결국 돈을 내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한 가정의 자녀는 죽도록 공부하고도 낙방의 고배를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고 있는 판에, 학생 실력이 아닌 부모의 재력 여부에 따라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일류대학 진학이 마치 조선시대 과거급제인양 목숨을 걸다시피 공부하고 있다.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 아무리 성적이 좋았다 하더라도 대학에 떨어지고 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허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인생자체가 끝났다고 자살도 서슴지 않는 학생을 우린 봐왔다. 이런 현실속에 기여입학제가 실시된다면 돈없고 힘없는 일반 부모와 학생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단 말인가.

‘소뿔 바로잡다 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몇몇 대학의 발전을 위한 대가로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고통이 너무나도 클게 뻔하다. 대학 재정확충 문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 돈이면 못할게 없다는 황금만능주의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어렵사리 지켜왔던 마지막 보루 ‘공정 입시제도’가 무너지는 우(憂)를 결코 범해선 안된다. 이는 분명 학벌을 타파하고 능력위주의 사회건설인 21세기 세계화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