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엄마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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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엄마의 자리

  • 승인 2005-07-08 00:00
  • 송병희 전국주부교실 대전시지부 회장송병희 전국주부교실 대전시지부 회장
하루가 멀다하고 어린 자식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일이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마음 속 깊이 아픔을 느낀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어린이에게 정신질환자가 의외로 적은 것에 외국의 정신의학계는 한국 엄마의 지극한 정성,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 사랑에 원인을 찾았다 한다.

격렬한 폭격 중에서도 어린 자식만은 품에 안고 살려야겠다는 강한 모성애가 있었기에 어린이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견디었을 것이다. 당시에 폭격을 당한 어머니는 죽고 죽은 엄마의 품에 어린 아이만 살아있었다는 실화가 있다. 엄마의 자식 사랑은 무조건적인 데가 있다. 시골 어느 마을 순박한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애 똥은 구린내가 안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겠지만 자식사랑에는 한계도 범위도 없음을 뜻한다.

어린 자식이 아프면 등에 업고 정신없이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는 엄마의 염원은 핏줄로 연결된 자신의 분신이 자기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조 명종 때 신사임당이 역사적 인물을 길러낸 데는 엄마의 교육애가 있었다. 아버지 이원순은 당시 감찰이라는 정6품 벼슬에서 직무에만 충실했고 어린 율곡은 오로지 엄마 사임당의 의지에 의해 길러졌다. 사임당은 문장, 서화, 침공, 자수에 능하여 엄격한 교육적 계획에 의하여 훈육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에 신사임당이 엄마로 있다면 틀림없이 자녀교육에 사교육비 안들이고 집에서 기초교육과 자식의 타고난 능력개발에 힘쓸 것 같다.

선진국은 어린이 교육에 국가적 차원에서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대학입시, 중·고교 평준화 운영에 따른 문제들에 국력을 소비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은 주로 사설기관에 의하여 교육되고 있으나 빈부격차가 심한 현실에서 가난한 집, 부모결손이 있는 집 어린이는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건강한 어린이가 많이 태어나고 그 어린이를 국가의 동량으로 잘 키우느냐에 달려있다. 요즈음 출산 감소로 인구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태어난 어린이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별로 없으니 결혼하여 더 낳고 싶어도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는 젊은 엄마들이 늘고 있다.

모든 엄마는 자식을 사랑하고 잘 길러서 훌륭한 인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생활이 어려워도 다른 집 아이가 과외공부를 시키면 내 아이만 뒤떨어질까 봐 3종 4종의 특별과외를 보내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어린이는 각자의 특성이 있고 다르게 태어난 어린이를 같은 방법으로 만능박사를 만들려고 하는 엄마의 바람이 어린 자식의 심신에 부담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특수한 영역 이외는 크면서 나이에 맞게 자연적으로 알게되고 배워지는 것도 많은데 어려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무리하게 가르치려하는 것은 소질과 능력개발에 방해가 되는 면도 있다.

시간이 흘러 엄마가 어머니가 되고 학업을 마친 자식이 계속 어머니에 의지하려는 가정이 많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귀한 자식에게 매를 아끼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자립정신을 길러주지 못한 엄마는 늙어서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한다.

엄마는 빨리 어머니의 자리로 옮기면서 자신의 세계를 찾아야 한다. 늦게나마 취미생활, 봉사활동, 친구와의 만남 등으로 건강관리를 잘해서 자식에게 유산으로 건강만 물려주어도 훌륭한 어머니로 남게 될 것이다.
자식을 낳아 길러보면 부모님의 고마움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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