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교실 이데아’의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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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교실 이데아’의 한 걸음

  • 승인 2005-07-07 00:00
  • 박찬인 충남대 교수박찬인 충남대 교수
그저께는 7월 5일이었다. 출근길에 어느 방송에선가 “오늘은 추어탕 먹는 날이래요. 왜냐구요? 칠오(7·5)가 추어를 연상시키잖아요. 자 오늘 추어탕 먹고 힘냅시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농담반 진담반,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개그 수준이었다. 하기야 5월 2일을 오이(5·2)의 날로 정했듯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필자의 기억 속에 자리한 지난해 7월 5일은 교육적으로 굉장한 날이었다. 교육현장의 작은 변화였지만 거의 혁신적인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운하게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작년 7월 5일부터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차려!’, ‘경례!’라는 구령을 전면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차려!’, ‘경례!’는 수업시간마다 시작과 끝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는 인사법이었다.
그것은 어른들 누구나 학창시절에 늘 그랬었고, 그래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 너무 당연하므로 사실은 그 인사법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그렇게 군대의 구령에 맞추어 강제적으로 인사하는 방식은 단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을 못하고 있다가 그 뉴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 저런 인사법 문제도 물음표 한 번 제대로 들이대지 못한 타성의 문제였구나. 그렇지, 저것도 군국주의 일제시대의 잔재면서 동시에 군사문화의 흔적이구나…” 하고 반성이 되었다.

사실 그랬다. 인사법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대학교 수업시간을 생각해 봤다.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가면 교단 중앙에 다가가기도 전에 몇 학생들은 먼저 인사를 건넨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라든지 “교수님 넥타이 멋져요!”, 또 어떤 때는 “교수님, 얼굴이 부었네요. 어제 술 많이 드셨죠?” 이런 인사도 한다. 물론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떠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교수가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군요!”라든지, “안녕하세요? 점심 먹었어요?” 뭐, 이런 인사를 건네면 전체가 답례를 한다. 물론 튀는 학생들은 몇 마디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고 마음이 오고감을 느낄 수가 있다. 저절로 편안하게 수업이 시작된다. 대학생활을 거친 누구에게나 대학에 들어간 후, ‘차려’, ‘경례’가 없어졌는데 그건 또, “대학이니까…” 하면서 그냥 받아들였던 것이다.

차제에 생각해 보니까 학교에 남은 군사문화의 잔재는 아직도 상당하다. 그것은 ‘훈육’이라는 말이나 ‘수능과의 전쟁’에서 보듯 언어에도 남아있고, 귀밑머리 2㎝나 스커트 무릎 아래 5㎝와 같이 강요된 일사불란함에도 잔존한다.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야말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을 계발하는 공간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머리카락이나 치마의 길이를 제한하고 신발 및 양말의 색깔마저 규정하고 있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이고 그 21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 고양이라고 앵무새처럼 되뇌면서 우리는 여전히, 아무런 반성도 없이, 타성과 관성에 젖어 있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21세기의 아이들을 20세기의 학교에서 19세기의 선생님들이 19세기적인 사고와 가치관으로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다.

학교는 당연히 외적인 통제 없이 개성을 키우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근에 내린 결정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른바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두발단속 같은 제한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정이 어떻게 이제야 내려질 수 있었나 하는 만시지탄도 생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해석이 참 생명을 양육하는 ‘교실 이데아’의 단초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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