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반 아이들과 성금을 모아 이웃들에게 작은 사랑을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 1995년도의 일이니 벌써 올해로써 11년째가 되는가 보다. 아이들과 돼지를 키우기에 앞서서 우리가 하는 일을 남을 돕는다는 생각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과 나눈다는 차원에서 생각할 것을 강조하였다.
아이들과 나의 작은 정성은 때로는 복지시설에 전달되어 겨울나기 연료비나 생필품 구입 자금이 되기도 했고, 북한 어린이들에게 분유를 보내는데 보탬이 되기도 하였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졸업생들이 내놓는 장학금이 되기도 하였다.
작년에는 내가 이겼다. 우리가 8개월 간 모은 돈을 합해보니 35만원이 조금 넘었었는데, 내 돼지 저금통에 있던 돈이 아이들의 것보다 조금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또다시 나와 만난 우리 반 아이들은 올해만큼은 선생님을 이겨보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내가 보기엔 아이들이 나보다 돈을 더 많이 저금한 것처럼 보여서 내가 질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데, 아이들은 아주 어쩌다 내가 돼지에게 밥을 주려고 가방을 열면 제발 올해만큼은 자기들이 선생님을 이길 수 있게 돼지에게 밥을 조금만 주라고 반은 애교조로, 반은 협박조로 마음 약한 나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들은 한 번에 만원 이상을 넣어도 괜찮지만, 내가 한 번에 만원 이상을 넣으면 반칙이라고 자기들 마음대로 이상야릇한 규정까지 마련하였다.
돼지가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게 되면 여름방학 전에 대전에 있는 영아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자고 아이들과 단단히 약속했었다. 그런데 아직 우리 돼지 두 마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어서 가을이나 되어야 아기들을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동곡 요양원’을 방문하여 성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
그 때 우리 반 아이들은 장애인들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우리보다 발달 단계가 조금 늦은 사람일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가 찾아갈 영아원에서 우리 반 아이들이 또 어떤 깨달음을 얻고 돌아올 지 그것이 나는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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