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나비의 아주 작은 몸짓으로

▲ 송명학 편집국 부국장

내년에 지방선거출마를 겨냥한 지역인사들의 움직임이 가히 염천의 복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 예상된다고 벌써부터 야단이다. 유급제를 한다니 이제는 아예 직업으로 가져보겠다는 심사도 작용하는 모양이다. 이탓에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늘어나고 어떤 지자체는 이들의 세비 충당에 허리가 휠 것 이라고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어디 그것 뿐이랴. 느닷없이 선거법이 바뀌면서 국민들은 내용도 모른채 기표소에 가서 6번의 도장을 찍어야 할 테고 분명 누가누군지도 모르고 지방의원들을 뽑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저간의 사정은 아랑곳 않은 채 지금 지방선거에 나설 인사들의 득표계산은 점입가경이다. 기초의원들은 특히 바뀐 선거법이 어떻게 유·불리로 작용할지 삼삼오오 살궁리에 머리에 머리를 맞대지만 신통치 않다. 일찌감치 신당을 기대했던 인사들의 골머리가 더 아플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정당공천이 허용되고 선거구제가 합쳐져 중대선거구제로 바뀐다는 것은 여야가 나눠먹기를 시도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공천도 문제고 기대했던 바람도 여의치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선지 어떤 탈당인사들은 복귀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인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각 정당의 사정은 여전히 인물부재에 허덕이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입맛에 맞는 인물발굴이 쉽지 않거니와 가까스로 찾아내도 고사하기 일쑤란게 당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은 실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따가워 지면서 인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욕을 비치고 있지만 남의당 소속 인물 빼오기가 고작이다.

이에반해 한나라당은 차기 집권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표심이 몰릴 것을 기대하면서도 인물난이 걱정이고 그나마 현역의원 지키기도 힘에 겨웁다. 가칭 신당은 어떤가. 신당에 대한 충청인의 정서는 확인되지만 참여인사들의 면면이 답답하다. 역시 도로 자민련이란 지적이 부담스럽고 자민련과의 통합도 말이 쉽지 난제다. 들리는 얘기로는 집권당을 제외하고는 시도지사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고 보면 당내 사정들이 짐작이 간다.

지금 지역정가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갈구하는 충청인들의 정서를 놓고 논란중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옛자민련과 같은 지역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은 지역 이념 계층등 너무나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며 그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은 다원적이어서 단순한 지역개념에 의존해 표심을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의 성패는 이같은 시대적 상황을 이끌만한 인물이 충분히 발굴될 수 있느냐는 데 쏠린다는 점이다. 지방선거가 주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인물에 대해 충분히 검증할 만한 시스템 또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은 무척이나 지난한 과제다.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각 정당간의 인물 빼가고 빼오기식의 구태로 세불리기가 여전하고 결과적으로 지방 토호세력들간의 나눠먹기식 지방선거가 재현된다면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비의 아주 작은 몸짓 같은 것이지만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지난 4·30선거는 이미 인물에 대한 공천이 당락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각 정당이 인물난을 하소연하면서도 경쟁적으로 참신한 인물, 시대의 정서에 맞는 인물의 발굴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의 성적표는 어느 정당이 보다 참신하고 시대상황에 부응한 인재를 많이 참여시키느냐에 달려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