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의 지연규는 건재했다. 프로 13년차 선수겸 코치인 지연규가 올 시즌 8경기에 등판, 9이닝 동안 3실점으로 방어율 2.00을 기록하며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지연규는 지난달 30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전에선 3-2로 쫓기던 8회 구원투수로 올라 역전위기를 병살로 처리한데 이어 9회에도 ‘소리없이 강한’ 김한수와 김대익, 김영복을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내며 구원 부문 5위에 오르는등 ‘파워 피처’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앞서 23일 롯데와의 경기에선 8회 마운드에 올라 7-6의 여유있는 승리를 이끌어냈고, 그 전날에는 롯데가 8-6까지 따라붙은 9회 위기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 후속타자를 3자범퇴시키며 3위 굳히기에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지연규의 이같은 투혼 뒤에는 뼈아픈 과거가 있다.
지난 92년 팀내 최고 계약금(8700만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그는 마운드에 선지 5년만에 인대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고 쓰라린 좌절을 맛봐야 했다. 어깨속에 쇠를 박는 대수술에도 여전히 어깨통증은 계속됐고, 결국 그는 98년 10월에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대전고 코치로 들어간 그는 3년만에 자신과의 싸움끝에 승리하며, 한화에서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됐고 권준헌의 수술로 공백이 생긴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구원투수 자리에서 불꽃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지연규는 최근의 활약에 대해 “우선 김인식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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