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터진 군 문제는, 첫째 우리의 과거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에는 아직 일제 식민잔재가 남아 있다. 일제의 식민군대가 군인을 오로지 총알받이로 사용코자 했던 전술 및 전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호연지기가 충만한 청년이 입대하는 순간 바보가 되어야 하며 무조건 복종을 강요당함으로써 어떤 ‘절망감’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 사람은 맞아야 말을 잘 듣는다”는 생각으로 언어 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행사되고, 결국엔 웬만한 사병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는 무의식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사병 간에는 명령권이 없음에도 선임자에게 무능력을 추궁하면서도 ‘완장’을 차게 하고는 어느 정도의 횡포를 인정 해주는 게 군 내무생활이다. 이러한 군 실정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아니 어쩌면 군대라는 특수집단의 목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또한 사소한 문제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 최강을 공언하는 외국의 군대는 장군(將軍) 앞에서도 다리를 꼬면서 대화하다가도 “명령이다” 하면 즉각 임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그들은 타율보다는 자율에서 나오는 행동이 진정한 군기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모든 행위야말로 군 상하간의 반목을 불식시키고, 군 기강을 확립하며, 전쟁 발발 시 일사불란한 움직임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일제의 식민잔재를 군대에서 추방해야 하며 우리의 실정에 적합하고 강도 높은 혁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둘째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의식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또 다른 원인이다. 우리 사회는 신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떠한 것을 보여 주었는가? 내 자식은 금지옥엽 귀한 자식이고, 수단과 방법은 가릴 것 없이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식으로 여기지 않았는가? 내 아들 딸을 빼곤 모두 경쟁자요 때론 적(敵)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가르치지 않았는가 반성해 봐야 한다.
이번에 발생한 군 총기 사건은 물론 ‘신세대 사병’의 문제점은 바로 이런 극심한 이기주의 풍토가 한 원인이다. 이렇게 편협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신세대 사병’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킨다면 귀하게 키운 자식의 장래는 분명 불행해 질 것은 불문가지인데 금지옥엽 키운 결과가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이번 전방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하루 빨리 역사를 바로 세워 일제의 식민 잔재를 제거하고 자녀들의 가정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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