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경제부국장 |
최근의 유가 급등세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인도의 고성장에 따른 수요증대로 세계적인 원유 수급이 불안한데서 출발한다. 최근 석유수출국 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에서 보수 강경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돼 핵 개발 지속을 선언한데 영향을 받은 것도 요인중 하나다. 또한 미국내 3개 원유정제시설의 가동차질과 재고 감소,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투기자금의 가속화 등도 가격 상승에 한몫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여러 가지 경제적인 악재가 작용한다. 우선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무역수지 악화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저성장을 초래하며 물가를 오르게 한다. 고유가는 또한 실물경제 전반에 비용 상승을 가져와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국내경제의 흐름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 국내 평균 배럴당 도입단가는 불과 2년 전 26.8달러에서 지난해 33.6달러로 뛴데 이어 올해는 43.7달러에서 현재 54달러로 치솟았으니 20달러이상 올랐다. 연간 8억배럴을 소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100억달러 이상 부담이 작년보다 추가된다. 정부는 올해 두바이유 평균도입단가를 배럴당 35달러로 예상하고 경제운용계획을 작성해 운용계획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통상 연평균 원유가격이 전년대비 5%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 둔화된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0.2~0.4%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원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 80억달러의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 생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고유가 행진이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가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산유국의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진한데 비해 석유수요는 대폭 증가해 앞으로 2년 이후에나 유가가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유가 100달러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주말판을 통해 이번 상승세는 일단 WTI가 65달러에 안착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고유가 현상은 최근 수년간 추세와는 달리 수급불안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돈을 주고도 원유를 구입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고공행진이 전 세계 경제를 뒤 흔들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최빈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야 할 시기다. 정부는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를 최악의 사태에 대비, 지금부터라도 대중동 외교를 재점검하고 단계별 비상대책을 보강하는 등 만반의 대책을 서두르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보다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 또한 고유가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절감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에게 불어 넣어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국민을 계몽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래야만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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