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 알뜰장터를 열어보자.”
내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그 다음 날부터 종이가방에 열심히 뭔가를 날라 오느라 바빴다. 나 역시 막내가 작아서 입지 못하게 된 옷가지와 사용하지 않은 필통, 열쇠고리 등을 알뜰장터에 내놓았다.
알뜰 장터를 열기 전날에는 가격표에 모둠별로 기증자와 가격을 적어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인 물건이 모두 157가지였는데 옷에서부터 손가방, 지갑, 장신구, 인형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참 다양했다. 물품의 가격은 백 원, 이백 원, 삼백 원, 오백 원의 네 단계로 분류하였다. 몇몇 아이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서 진열한 물건을 눈으로 점찍기에 바빴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우리 교실 복도에선 다른 학년 아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알뜰시장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동네 아이들에게 내일 우리 반에서 알뜰장터를 여니 와서 물건을 많이 사가라고 선전하더라나. 아이들이 모두 특기적성 활동을 하러 가고 없어서 내가 계산대에 앉았다. 그렇게 한 이십분 가량 장사를 하고 있으려니 우리 반 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첫째 시간이 끝나갈 무렵 옷가지 몇 개를 남기고 물건이 거의 동이 났다. 알뜰장터를 마치고 수익금을 세어보니 21700원이었다. 수익금 전액을 아이들 전용 돼지 저금통에 넣게 하였다. 그런데 돈의 액수가 성에 차질 않았는지 쉬는 시간이 되자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이 하는 말,
“선생님, 옷 남은 것 다른 학년에 갖고 다니면서 팔고 오면 안돼요?”
나는 아이들에게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얘들아, 이제 장사는 그만 하고 공부를 하자, 응?”
그런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여자 아이들이 5600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여자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른 학년 교실을 순회하며 남은 물건을 모두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수익금 전체 액수는 27300원이 되었으니 아휴, 극성맞을 손 내 제자들이여! 누가 이 아이들 좀 말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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