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박주영, 그가 정말 천재이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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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박주영, 그가 정말 천재이기를 바라는가

  • 승인 2005-06-22 00:00
  • 이진우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진우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지난 주 토요일 밤 11시에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브라질과의 경기를 끝으로 우리 국민의 광적인 축구열풍은 다시 잠복기에 들어갔다. 다른 그 어느 대회보다 가능성이 많다고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웠으나 세계 정상 수준인 브라질 팀을 꺾기에는 아직 실력이 미치지 못했음이 드러났고, 우리 축구 팬들은 19일 밤 1시경 주심이 경기종료를 알리는 순간 엄연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매스컴이 연일 ‘축구천재’라고 띄워올린 박주영 선수가 무엇을 세계 축구팬에게 보여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대표팀 경기와 청소년 대표팀 경기에 겹치기로 출전하느라고 지친 나머지 기대만큼의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이번 시합 도중에 입은 왼팔꿈치의 후방탈구 부상으로 인해 앞으로 K리그는 물론 외국리그로 진출을 한다해도 늘 몸싸움을 걱정해야 하는 ‘염려스러운 선수’의 이미지를 추가하게 됐다.

‘스타만들기’에 광분하는 선정적 호기심이 질주할 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를 사유하게 해주는 사례로 천재라고 불리는 축구선수 박주영을 우리는 바라봐야 한다. 지금까지 상습적으로, 오직 시청률에만 매달려야 하는 매스컴은 이처럼 어느 분야이건 특별한 스타가 나타나기만 하면 미리 열광적으로 띄워올려서, 잘 성장해가는 재목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비틀곤 해왔다. 그러다보니 정말 천재가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더 성장하지를 못하고 주저앉거나 옆길로 새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우리는 또 기억하고 있다.

에디슨의 말처럼, 천재는 99%의 땀이 바닥에 깔리지 않는 한 1%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법이다. 이러한 현상은 꼭 스포츠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유소년 시절이나 청년기의 조숙함은 오히려 약은커녕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을 끝없이 낮추고 오직 최고가 되기 위해 땀을 더 흘려야 할 젊은이에게 연일 인터뷰 공세를 퍼부어대며 쉴새없이 천재라고 조명을 퍼부어대는 것은, 오히려 그가 진정한 천재가 되지 못하도록 훼방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여기서 중고교 시절 문학, 미술, 음악 등의 분야에서 ‘신동’이나 ‘천재’라는 부추김을 당했던 급우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자신의 재능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그 분야에 몸담고 있다해도 이미 천재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지나친 칭찬은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경구를 인정한다면, 아직 갈 길이 먼 젊은이에게 ‘천재’라는 극존칭으로 예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일찍 피었다가 일찍 사라지는 천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천재가 아니다. 작가 음악가 화가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계적인 걸작을 남겨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천재의 천재성을 마음껏 향유한 행복감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분야이건 특출한 재능을 가진 샛별이 나타나면 팬이건 매스컴이건 조금 침착한 마음으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그가 진정한 천재라면 그는 앞으로 우리를 지금보다 더 열광케 할 자신의 재능을 더 높게 키워갈 것이다. 천하의 에디슨이 말한 99%의 땀이란, 천재로 지목된 사람이나 그 천재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응되는 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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