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목 공주시 농업지원과장 |
참여정부 출범 이래로 혁신이란 말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공공부문의 각성으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혁신이란 기치 아래 자치단체마다, 부서마다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취지로 우리 공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직원들의 혁신마인드와 직무에 대한 소양을 높여 보다 양질의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월별로 주제를 정하여 미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월별 미팅 장소는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이루어졌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 읽은 다음 각자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였고, 두 번째 미팅장소는 가까운 산을 택하여 읽은 책에 대한 독서토론을 가졌다. 그리고 우수한 감상문에 대해서는 시상도 했다.
어른이 되면서 먹고사는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삶의 여유와 생활의 윤기가 없어져 간다. 그러나 여백이 없는 삶은 삭막해지고 자칫 인간을 추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기에 자주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혼탁하고 삭막해져 가는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책을 읽고, 음악, 영화, 미술, 여행 등 스스로 침잠(沈潛)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취미생활은 중년 이후의 삶을 향기롭게 가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처음에는 독서가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에게 책 읽고 독후감을 쓰자고 하니 직원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 여겼고 독후감을 몇 명이나 쓸까 내심 우려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이상 이었다. 책을 산 동료 직원들이 거의 독후감을 제출하였고 나름대로 대단히 공들여 글을 썼다. 감상문을 모아서 서로 읽어보니 “우리에게 언제 이런 문장력이 숨어 있었나. 모두들 작가 같아요”하며 스스로 감탄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남이 쓴 독후감을 읽는다는 것은 간접적인 독서가 되고, 관심을 유발시켜 그 책을 읽고 싶게 하며,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까지 갖게 하는 일종의 부메랑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구입한 혁신도서를 읽고 모처럼 감상문을 써 본 일은 경직되고 삭막한 조직문화에 윤기를 불어넣었고, 그저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 살기보다는 자기 삶을 주도적이며 의욕적으로 가꾸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다음 번 미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이슈가 되는 주제를 골라서 호프집에서 만나 토론하려고 한다. 조금씩 ‘가꾸는 삶’에 대해 깨어가고 있는 직원들의 성숙된 의견개진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또한 업무별로 스터디 그룹을 조직하여 각자 공부한 내용을 상호토론 하려고 한다.
무엇을 배우려면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혁신도 학창시절 서툰 솜씨로 독후감을 쓰던 동심(童心) 속으로 파고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동심의 천진함 속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깃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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