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6월 15일 양면의 그날’

▲ 이승규 정치부장

지난 5년전 6월15일. 그 날은 한반도 역사에 있어서 잊지 못할 날이었다.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악수를 교환하며 평화통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5년후 6월15일. 바로 엊그제 일이다. 남과 북이 한데 어우러져 통일의 기치를 생각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또 한 번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위한특별법’을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측에서 헌법을 빌려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하긴 만인앞에 평등한 게 헌법이라고 배웠다. 그렇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얼토당토 않는 논리로 포장한 이들의 주장도 법의 보호를 받는 다는게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그들의 주장은 지난해 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경국대전을 들먹이며 관습법에 따라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헌법에 배치됨을 선언한 이후 무효가 됐음에도 거의 동일 법률로 여야가 정치적 야합으로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헌법소원 청구이유를 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를 옮기면 수도이전이요, 행정도시건설특별법에 명시된 일부 행정부처의 이전은 수도분할이란다. 그래서 결국 어느 한 곳도 그들의 동의없이는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트집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예쁘게(?) 봐주는 인근지역으로의 이전은 무방하단다. 그래서 과천청사도 생겼겠지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들먹이며 필요에 따라 멋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너무 강하게 자기만의 주장으로 기본을 따진다면 억지일수 밖에.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헌법에도 명문화돼있지 않는 관습법에 따라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법제정이후 당연히 관련기관은 물론 법무부에서도 또 다시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법리검토를 충분히했음은 두말할나위 없다.

이런 가운데 들끓는 민의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리인중 한 사람인 이석연 변호사가 조건부로 소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지금 당장이라도 특별법을 전면 바꾸든지 최소한 꼭 필요한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을 옮기면 헌재에 제기한소원철회도 가능하단다.

이게 무슨 말인가. 헌법연구관을 지냈던 법조인이 법을 놓고 딜을 하자니. 역으로 생각하면 헌법에 꼭 합치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배치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하고 뭐가 다른가. 결국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해서 민의를 둘로 양분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음은 왜 일까.

다가온 선거용일까? 아니면 국회를 무용지물화시키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일까?
각설하고 지금 충청민들의 심정은 벼랑끝임을 알아야 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우롱한다는 것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그것도 국가적 대사를 놓고 예부터 충절의 후예들인 충청민들을 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