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사회가 말이 많았던 때가 있을까.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자기 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며 욕을 해대고 있다. 멀쩡한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몽둥이가 아니라 말로 두들겨 맞는 세상이 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IMF사태는 기억조차 하기 싫어하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이라고 뻐기던 우리 경제가 그렇게 쉽게 무너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정부의 무능함이 그 첫째 원인이지만 그 속에는 경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국민들의 지적 인프라 때문이 아니었을까? 부자가 3대 가지 못한다는 속담의 뜻 속에는 재산을 지켜주는 지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계획 없이 흥청망청 쓰다보니 그 재산을 날리게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나라의 경제도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들의 지적 인프라가 충만해야 한다. 경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검소한 마음자세, 사회를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눔의 자세, 어른을 존경하는 기본윤리,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자세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가진 자들이 부동산투기에 앞장을 서고, 이러다 보니 이들에 대한 반목으로 이어져 사회갈등으로 나타나고, 어른을 공경하기는커녕 무시나 안 당하면 다행이고, 상대를 인정하기보다 부족한 점 하나 보이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갈기갈기 찢어놓는 모습만 보인다.
우리 사회의 거칠어진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육 수준이 아무리 세계 최고라고 해도 무슨 소용인가. 그 높은 교육 수준이라는 것이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오로지 출세지향주의의 수단으로 쌓여진 것이라면 그 것은 사회에 독이 될 뿐이다.
민주주의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비판도 비판할 자격이 있는 자가 해야 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 비판도 적절한 표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정책이 군청수준’이라든지, ‘대통령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느니, ‘학력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느니 하는 해서는 안 될 민감한 말도 서울시장도, 야당대변인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인터넷상에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욕하는 어린애들과 뭐가 다를까.
이제 우리 경제는 힘들고 어려웠던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 IT분야나 자동차, 선박, 나아가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일부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실로 글로벌시대의 중심 국가로 웅비하는 과정에 있다. 경제발전의 속도에 맞추어 우리 지적 인프라도 세련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의 경제환란을 다시 당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 인성교육, 사회를 바라보는 건전한 시각 등 지적 인프라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절실하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기성세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어른이다. 말 좀 가려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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