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책사업 평가는 단순히 국고절감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다. 국고절감 외에도 품질과 수명, 유무형 비용을 감안해야 하며 국가 기간시설공사가 부실시공이 될 경우의 피해를 잘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입찰금액은 개개의 건설업체가 결정하는 것이지, 발주자인 국가가 개입하여 입찰가격을 심사하고 덤핑입찰을 배제하는 식의 인위적 조정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며 세금에 의해 집행되는 공공공사이므로 공사금액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업체가 제시한 입찰가격을 그대로 인정하는 무제한 최저가제가 과연 합리적일까?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제도의 장단점을 알아야 하며 건설현장 풍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건설공사의 입찰방법에 있어 적격심사제는 업체의 계약이행능력, 턴키·대안입찰제는 기술발전, 최저가낙찰제는 가격경쟁력을 주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적격심사제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에 적용하며 업체의 시공경험, 경영상태 등 수행능력과 입찰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턴키(Turn-Key)입찰은 한 입찰업체에게 설계, 시공, 사후관리까지 통합발주를 함으로써 공사의 품질향상과 공사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대안입찰(代案入札)은 발주자가 프로젝트 설계를 하여 시공자 선정을 위한 발주를 했으나 시공자가 경험한 신공법에 의한 원가절감 방안이 있으면 부분적으로 당초 설계를 변경하여 시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턴키·대안입찰제는 1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에 적용하며 최저가낙찰제는 500억원 이상의 입찰자격사전심사대상(PQ, 22개 공종) 공사에 대해 적용된다.
이렇듯 각 제도별로 상이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제도별로 장점을 살려 경제상황과 업계현실을 접목하여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건설경기 침체, 업계풍토 등의 이유로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무리인 게 현실이다. 최저가로 공사의 품질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과, 하도급업체를 무제한 희생양으로 삼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저가 투찰 건설업체는 공사비 부담을 원도급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수천 개에 이르는 하도급업체와 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업체에 고스란히 전가시킨다.
발주자인 국가가 이러한 폐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만 사적인 계약의 주체로서의 권리행사에만 머물러야 할까? 공공공사의 입찰금액을 전적으로 건설회사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다만 국고낭비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체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건교부에서 발표한 340개 공종과 조달청에서 조사 적용하는 1961개 공종을 합하여 2303품목에서 실적공사비를 적용해 공사비의 낭비를 막고 있다.
때로는 차선이 최선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최저가낙찰제가 큰 무리없이 적용될 수 있을 때까진 작은 촛불 하나라도 켜는 마음으로 공사비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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