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을 볼라치면 환하게 웃는 얼굴을 찾기가 결코 쉽지가 않고-웃음에 대하여 인색한 민족성을 말하기도 하지만-기껏해야 쓴웃음을 지으며 짧게 하는 말이 “요즈음 살기가 너무 힘들어!”다.
하기야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데도 기사들부터 반대한다는 뉴스를 보니 먹고사는 게 어지간히 어려운 모양이다.
며칠 전에 일이 있어 서너 곳의 건축설계사무소를 들르다 보니 사무실마다 한숨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도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한숨’을 쉬며 보낸 지가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른다.
건축사인 한 선배가 하는 말이 대전지역에 설계사무소가 약 300곳이 넘는데 건축허가 신청건수는 150건 정도라는 것이다. 그 중에 능력 있는 설계사무소가 일감을 수주한다고 가정하여 보면 200여 곳의 설계사무소는 올해 들어 단 한 건도 설계를 못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건축허가 면적을 작년과 대비하면 올해는 20%정도의 건축허가 면적이라고 하니 건축설계사무소는 물론 관련된 건설업의 불황이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소신파 건축사인 선배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쓴웃음을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불황의 길로 빠져들 것이라는 예측이 보도되는 가운데 서민들의 탄식과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당장 먹고 살 일과 자식들 공부시킬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를 뿐 묘책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때에는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의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과 의지를 갈망하게 되며, 발벗고 앞장서는 모습만 보더라도 서민들은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도, 소수이지만 이른바 힘있는 자들의 비리와 부정은 그 정도가 날로 더해만 가고 수법은 나날이 기가 찰 지경으로 새로워지니 입은 있으되 할 말을 잃어버린다.
우리들의 얼굴에 박장대소하는 밝은 웃음은 지나친 욕심이라 하더라도 쓴웃음과 비웃음 그리고 긴 한숨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고, 어렵고 힘든 때에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을 그러한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일까?
서민들의 얼굴에 냉소와 쓴웃음마저 사라지는 날에는 그들(?) 또한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됨을 올바르게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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