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브랜드시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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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브랜드시대의 등장

  • 승인 2005-06-11 00:00
  • 이덕훈 교수이덕훈 교수
이덕훈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경영학과 교수


지금은 브랜드 시대다. 구두에서 필기도구 심지어는 속옷까지 우리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브랜드가 붙어있다. 만일 어떤 제품에 브랜드가 찍혀 있지 않다면 그 제품의 성능과 기능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선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컴퓨터 칩을 브랜드화(intel inside)한 인텔이나 자전거 부품을 브랜드화(DURA-ACE)한 일본 기업 시마노의 성공은 모든 것이 브랜드로 통한다고 하는 오늘날의 시대감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심지어는 서울의 ‘high seoul’과 대전의 ‘it's Daejon’ 등의 도시 브랜드 등도 등장한다. 이러한 흐름을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브랜드의 세계적 지배상황을 두고 ‘제로 공간’, ‘제로 선택’이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지구 곳곳에 브랜드가 침투하여 어느 곳에서도 브랜드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는 세상(제로 공간), 뉴욕과 파리에서 도쿄를 거쳐 서울과 북경까지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도배해버리는 세상(제로선택) 이와 같은 브랜드 시대를 브랜드숭배로 표현할 정도이다.

브랜드의 힘을 강조하여 ‘심리적 상표’라는 표현을 쓴 프랑스의 문화이론가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도 현대사회에서 브랜드가 가지는 심오한 힘에 주목했다. 계급과 신분 차이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타인과의 차별화를 줌과 동시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좋은 수단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벤츠와 BMW, 롤스 로이스 같은 특정 브랜드가 사람들로부터 선호 받는 것은 개인의 위상이나 인증마크로 인식받기 때문이다. 과거 제품간에 품질이나 기술격차가 컸던 시절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지금보다는 그 중요성이 덜했다.

경제가 별로 발달되지 못한 시대에서는 물건이 모자라므로 그저 물건만 있으면 되고, 나아가 물건의 품질이나 기능 또는 성능만 좋으면 그 자체로 소비자의 선호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 품질과 기능이 엇비슷한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 물리적 속성의 차별화 개념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힘들게 되었다. 품질 격차를 실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품질만으로는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종래에는 브랜드를 상표나 로고, 메이커명을 이해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브랜드의 의미가 크게 변하였다. 요즘 기업들이 팔고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개념이다. 나이키는 더 이상 스포츠신발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상품 생산은 이차적인 것이 되어 아웃소싱의 대상으로 변했고, 기업의 자산과 에너지는 브랜드 생산과 구축에 집중된다.

이런 현상은 소니, 삼성, LG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부터 스타벅스, 바디샵, 갭, 디즈니스토어같은 신층기업들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브랜드란 문화적, 사상적,생활적 가이드라인과 같은 존재로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 그리고 생활방식에 관여하여 브랜드 소유 기업을 중심으로 외부에 흡사 팬 클럽과도 같은 거대한 소비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고리로 이해하는 것이다.

전체자산가치 중 브랜드 자산가치 비중이 절반 넘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포드(66%), BMW(62%), 디즈니(52%), 구찌(68%), 제록스(93%), 코닥(82%), 나이키(66%), 코카콜라(61%) 등 세계적 유수의 기업들이 대부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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