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최선’이 ‘최악’ 되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종교칼럼]‘최선’이 ‘최악’ 되다

  • 승인 2005-06-11 00:00
  • 방윤석 대전정림동 성당 신부방윤석 대전정림동 성당 신부
<두루미와 여우>

어느 마을에 여우와 두루미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여우는 두루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자, 두루미님! 맛은 별로 없지만 많이 드세요” 하며 접시에 음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두루미는 접시가 너무 납작해서 음식을 입 속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루미는 약이 올랐지만 점잖게 말했습니다. “여우님, 초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에 저희 집에 초대하겠습니다.” 며칠 뒤 여우는 두루미의 초대를 받아 두루미 집에 갔습니다.

음식을 담아왔습니다. 두루미는 주둥이가 좁고 긴 항아리에 음식을 담아 내면서 “자, 드세요. 제가 여우님을 위해서 특별히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여우는 음식을 먹으려 애썼지만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루미는 긴 부리를 항아리 속에 넣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말했습니다. “많이 드세요. 음식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그러나 여우는 군침만 흘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산골 사돈과 바닷가 사돈>

어느 산골에 사는 부부가 딸을 바닷가로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 딸은 자식을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딸은 시부모에게 늘 산 속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산삼보다도 더 맛있다는 산나물 이야기며 버섯 등 자기 집에는 맛있는 것이 많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시부모는 산 속에 사는 사돈댁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먼 길을 나섰습니다. 딸의 시부모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부부는 대접할 일을 가지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늘 우리가 먹는 대로 차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딸을 시집 보낸 어머니는 어떻게 말린 산나물이며 그 지긋지긋한 버섯을 사돈댁에게까지 먹게 할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장날 먼 길을 걸어 장을 보아 간고등어며, 간갈치를 장만하여 사돈을 맞이하였습니다. 밥상을 받은 사돈은 그토록 기대했던 산나물이며 버섯은 없고 바닷가에서는 먹지도 않고 버리는 고등어며 짜디짠 갈치를 먹으면서 잘 못 왔다고 하며 다음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는 먹을 것이 없는 산 속 며느리 집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죠? 몇 년 전 마산공항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고 다쳤습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달려와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온 승객들을 구조했는데 생각없이 잡아당기고 업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평생 허리를 못 쓸 정도로 더 크게 다친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군인이 술집아가씨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가다가 사고 나서 논바닥에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 근처 논에서 일하던 한 농부가 아가씨의 상의 단추가 뒤에 있는 것을 보고 사고로 머리가 돌아간 줄 알고 머리를 비틀어 죽인 사실을 아세요? 그냥 놔뒀으면 살았을 것을!

이 이야기들은 최선의 배려가 최악이 된 경우들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나의 최선이 상대방에겐 최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할 때에는 상대방의 사정을 생각합시다. 이웃 사랑도 이렇게 현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의 눈에는 바르게 보이는 길도 끝장에는 죽음에 이르는 수가 있다.’(잠언 14, 12)
혹시 나의 가족과 형제 친지들에게 보인 나의 최선이 그들에게 오히려 해가 되진 않았는지 반성해 봅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