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수많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찾아 전시장에 배치된 창작의 결과물들을 보면서 오늘의 현실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생활해 나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인사동 일대는 전시공간이 대략 100여곳에 달하고 일주일 단위로 전시장의 그림들이 교체된다. 보통 개인전을 갖기 위해서는 작가에 따라 1년에서 길게는 5~10년을 준비하는데 1년 전에 전시장 사용 계약을 하고 작품을 제작하고, 팸플릿을 만들어 발송하고 작품에 맞는 액자를 준비하여, 전시장에 자신의 창작물들로 전시회를 갖게 된다.
작가들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창작활동에만 전념하는 전업작가는 극소수이며 대다수가 자신의 창작활동을 위해 그리고 가정의 생활을 위해 또 다른 일을 해 경비들을 충당하고 있다. 개인전을 가져도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전시에 들어간 경비들은 고스란히 작가들의 몫이 되어 또 다른 곳에서 일을 해 보충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 내면의 세계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창작의 희열, 그리고 꿈과 희망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그들을 지탱시키는 힘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외부적으로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대전은 미술문화가 지역성을 바탕으로 자리하기가 어려운 여건을 가지고 있다. 대전지역에 사설 화랑은 10여곳, 공·사립 미술관이 4곳에 불과해 광역시 규모의 타 지역에 비해 적고 그나마 전시장들이 시내 곳곳에 분산돼 있어 관람여건이 좋지 못하다. 서울의 인사동, 청담동, 삼천동 중심의 화랑가나 대구, 광주 등지의 화랑가들이 ‘미술의 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전은 기존 대흥동 지역이 화랑가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몇몇의 화랑만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대전도 미술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미술의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기존의 화랑들이 자리하고 있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대흥동 지역을 ‘미술문화의 거리’로 조성해 화가와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통해 보고 느끼며 현장 속의 미술교육장소가 되도록 다각적인 방안들이 연구되고 이를 위해 시청이나 구청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