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앞둔 양파밭 갈아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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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앞둔 양파밭 갈아엎어

“쌀개방 국회비준 예고… 농민들은 죽으란 말이냐”

  • 승인 2005-06-09 00:00
  • 최두선 기자최두선 기자
▲  8일 논산시 가야곡면 왕암리 최모(49)씨의 양파밭에서 정부 쌀개방 정책에 비난하는 집회를 가진 전국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트랙터 3대를 이용, 밭을 갈아엎고 있다.
▲ 8일 논산시 가야곡면 왕암리 최모(49)씨의 양파밭에서 정부 쌀개방 정책에 비난하는 집회를 가진 전국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트랙터 3대를 이용, 밭을 갈아엎고 있다.
논산 가야곡면 농민 절박감 표출
생존권 사수위한 총파업 20일 예고


“중국산 김치까지 수입되는 마당에 밭에 배추나 무, 양파 등 관련 작물을 심으면 뭐합니까.”
오는 20일로 예정된 정부의 쌀개방 협상에 대한 국회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전국 농민들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농민들이 애지중지하던 작물을 심은 밭을 갈아엎는 등 성난 농심이 표출되고 있다.

8일 논산시 가야곡면 왕암리 최정기(49)씨의 양파밭(1900여㎡)에서는 전국 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 30여명이 정부의 농산물 개방정책에 강력 항의하는 간이집회를 가진 뒤 트랙터 3대를 동원, 수확을 앞둔 밭을 갈아엎었다.
굉음과 함께 트랙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수확을 기다리던 하얀 양파가 산산이 깨진 채 뒹굴고 있었다.

밭주인 최씨는 “평당 7000~8000원에 넘기던 양파가 지금은 2000원도 안돼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수확해도 100만원 이상 적자를 볼 판”이라며 “자식 같은 양파를 버리면서도 이모작을 위한 모내기를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씨는 “김치까지 수입된다는 건 정부가 농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며 “매년 반복되는 특정작물 과잉생산 문제도 정부가 제대로 조절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씨의 밭 주변에서는 농민들이 연실 담배를 피워대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위로했다.
논산시 농민회 김완식(47) 회장은 “쌀로는 도저히 생계유지를 할 수 없어 고민 끝에 이모작을 선택하고, 밭을 갈아엎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느냐”며 “정부의 수입개방정책이 한국의 농촌을 붕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오는 20일 농민 총파업 투쟁을 통해 쌀개방 국회비준을 무력화시키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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