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편집국부국장 |
수사권은 본시 국민의 것이며 수사권 논의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사권은 분명 하나의 권력이고 검-경 당사자에겐 ‘밥그릇의 크기’를 결정짓는 기준이기도 하다. 검찰은 그 수사권이 본래부터 검찰 것으로 여기는 듯 하나 검찰의 것도 경찰 것도 대통령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이다.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도 법으로 정한 것이지만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번 수사권 논의도 그 점을 유의해야 한다. 즉 첫째는 국민 스스로가 수사의 잠재적 대상으로서 그 수사권이 본래 주인에게 위험하거나 해롭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수사권을 가진 자신들이 아닌 국민적 이익-또는 사회적 이익-에만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수사권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검찰의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인 ‘인권침해 증가 우려’는 전자(前者)에 해당되지만 후자(後者) 즉 ‘수사권에 대한 국민의 효과적 관리·통제’ 문제는 논의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는 후자 측면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자치경찰제를 공약하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언급한 것이 출발점이다. 노 대통령은 초기 “경찰 수사권을 독립시키되 실질적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었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되 그 권력을 -자치경찰제를 통해-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주민 스스로 그 권력(수사권)을 통제·관리하도록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것은 15만명의 거대 경찰조직이 ‘정보력’에다 ‘수사권’까지 갖게 됨으로써 우려되는 ‘권력기관화’를 막는 방법도 된다.
그런데 지금 수사권 논의에는 그 전제 조건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빠져 있다. 정부의 자치경찰제의 로드맵이 불분명해지고 있지만, 경찰도 자신도 자치경찰제에 별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듭 주문하니까 쫓아가는 시늉을 하는 정도다.
경찰 입장에서 검찰이란 ‘상전’(上典)이 없어지고, 자신의 인사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장이란 또 새로운 상관도 모시지 않으면서-중앙의 상관만 받들면서- 나라에서 녹(祿)을 받아먹으며 수사권을 휘두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혹자는 실질적 자치경찰제, 즉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찰권을 지배하는 데 대한 부작용-이를테면 ‘경찰의 자치단체장 사병화(私兵化)’-을 우려한다. 이 문제는 나중에라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 볼 사안이지만 현재 추진중인 주민소환제 같은 주민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무소불위 검찰’, 그러면서도 종종 정치와 야합하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정치검찰’-이런 평가가 억울한 검찰이 많겠지만-에 대해 국민은 못마땅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경찰 힘을 키워볼까’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권이란 칼을 그냥 넘겨받기에는 여전히 위험한 어린아이-물론 성숙한 어른들도 많겠지만-와 같다.
대안(代案)은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면서 주민들을 ‘후견인’으로 정하여 수사권을 넘기는 것이다. 여기에도 보완장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정부가 추진하는 ‘분권과 자치’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나은 제도라는 걸 지방자치선진국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방분권의 취지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 수사권 논의의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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