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수상]모델하우스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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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수상]모델하우스를 보면서

  • 승인 2005-06-07 00:00
  • 김복렬 태광건축사 사무소김복렬 태광건축사 사무소
어느 건축업자가 죽어 저승으로 갔다. 저승사자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 곳으로 가고 싶은지를 물었다. 천국을 들여다 보았더니 모든 사람들이 흰옷을 입은 채 기도만 드리는 것이 너무 심심해 보였지만, 지옥을 보니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지 않은가. 건축업자는 지옥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모두들 지옥의 불길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째서 미리 보여 주었던 모습과 다르냐고 되묻는 건축업자에게 저승사자는 대답했다. “그건 모델하우스였어. 입주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컷일 뿐,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

조금 과장된 유머이지만 지옥의 불길이 캠프파이어로 보이고, 고통의 비명소리가 즐거운 노랫소리로 들릴 정도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내가 사는 집은 좁아 보이는데 모델하우스는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는 비밀이 있다.

먼저 색상효과를 이용하여 작은 평형의 아파트는 실제보다 넓어 보이게 하고 넓은 평형의 아파트는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 번째로 발코니를 확장하고 마감 재료를 거실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실제보다 크게 만들어 놓는다. 그곳에는 물론 ‘실제로는 발코니로 시공됩니다’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 있는데 이는 거실을 넓게 쓰고 싶으면 알아서 발코니를 확장하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발코니를 확장하고 나면 가구는 그 확장한 발코니의 대각선 방향에 둔다. 주로 크기가 가장 작은 방에서 출입문 대각선 방향에 책상을 하나 두어 시선을 유도하는데 방이 넓어 보이게 하고 가구도 90~95%의 크기로 설치하여 효과를 높인다 한다. 또한 모델하우스에는 신발을 벗고 납작한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면 곳곳에 키 큰 도우미들을 배치하여 어린 시절의 초등학교나 골목길을 어른이 된 후에 다시 가 보면 그 공간이 작고 좁음을 느끼는 것처럼 납작한 실내화를 신어 나의 눈높이를 낮추어 키 큰 도우미들에게 위축되어 실제보다 넓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 내 주부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모델하우스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소품을 가사노동과 관계가 없는 식탁에는 꽃과 과일, 빵과 포도주 등 별다른 손질 없이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이 놓여 있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세계와 다른 이상을 꿈꾸게 하여 이 집에서는 우아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 것 같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모델하우스를 돌아보다 보면 곳곳에 인테리어로 꾸며진 연출된 부분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처럼 연출된 부분 이외의 보이지 않는 방법에 의해 모델하우스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심어주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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