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상관련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청도를 다녀왔다. 청도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도시이며 길거리에 붙어있는 한국어 간판을 보면서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로이 들어서고 있는 빌딩과 주거 타운은 중국의 새로운 비전을 말해주는 듯했으며 해안을 따라 건설되고 있는 유럽풍의 휴양지도 그들의 꿈을 대변하는 듯하였다. 실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청도의 모습은 중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듯했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우선 인력구조가 바뀌고 있다. 중국의 성장 동력이 양적 인구에서 질적 인구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결국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중국 투자의 메리트는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일례로 현지투자법인을 방문했을 때 한 관계자는 편의시설이 낙후된 지역에서 질 좋은 노동력을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임금의 인상으로 저임 노동력 때문에 투자한 기업은 철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둘째로 외국인 투자기업이 중국경제의 중추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 수는 지난해 말 50만 9000개에 달했으며 이들 외국자본의 40% 이상이 첨단산업에 투자하여 중국이 쉽게 선진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결국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이 아닌 범용화된 세계적 기술은 우리가 전수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중국에 이전할 것이며 특히 일부 중국기업 중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회사로 부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전통제조업에서 첨단정보화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출구조를 첨단기술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일례로 최근 3년간 100억 달러가 반도체 부문에 투자되어 19개의 신규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하이테크 인큐베이터가 436개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경제는 세계적 대기업들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400개 이상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였으며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컴퓨터, 전자, 통신기기, 의약품, 석유화학, 발전설비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사실상 중국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시장은 세계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현지화를 등한시하고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는 최하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던 시대는 끝났다. 무역부문은 첨단제품의 산업내 교역으로 대외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며, 투자분야는 조립생산 위주에서 핵심이 아닌 응용분야의 연구개발과 디자인, 유통분야 등으로 다원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협력적 분업관계를 구축하여 세계시장으로 동반 진출하는 새로운 방식의 산업협력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자본주의보다 더한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중국이 아주 중요한 국가이지만 중국은 우리나라를 세계시장에서 지니고 있는 우리의 위상만큼만 인정해주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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