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형태의 사랑들, 즉 ‘신에 대한 사랑’, ‘조국(커뮤니티)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 등은 상업주의에 적응하지 못해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에로스적인 사랑’보다 문화상품으로 현대인들에게 각광받아온 소재는 없어 보인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들이 ‘에로스적 사랑’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고전적 형태의 사랑을 등한시하거나 잊고 지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네 가지 형태의 사랑 사이에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의 셋째 딸의 입을 빌려 애인에게 삼분의 일, 부모에게 삼분의 일, 그리고 다른 동료 인간들에게 나머지 삼분의 일의 사랑을 나누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또한 ‘사랑의 언어’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있다. 사랑의 언어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을 함께 보냄’으로써, 어떤 사람은 ‘껴안거나 키스와 같은 신체적 표현(touch)’을 통해서, 어떤 사람은 ‘선물’을 줌으로써, 혹은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acts of service)’를 해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최고의 언어는 ‘음식’이라고 믿어 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격언이 있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가장 진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었다. 필자가 시골에서 살 때에는 귀한 음식을 장만하는 날이면 동네 어른들과 목사님 댁으로 음식심부름을 다니기에 분주했다. 필자의 어머니는 음식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전달했던 것이다.
현재 세계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매월 14일마다 다이어리 데이, 밸런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블랙 데이 등등의 행사일이 있다. 여기에다 첨가하여 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 실버 데이, 뮤직엔 포토 데이, 삼겹살 데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행사일들이 존재한다.
언급된 상업적 행사일 들은, 우선적으로 ‘선물’만이 사랑을 전달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둘째는, 남녀간의 사랑이 사랑의 전부인 것인 양 젊은이들을 호도한다. 셋째는 사랑을 시장의 지배에 따른 상품행사로 전락시킨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사랑의 언어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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