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우리의 5천년 역사는 호국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정학적인 위치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 왔지만 굴하지 않고 단일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우며 발전해 왔다. 또한 근대사만 보더라도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통치와 6·25 전쟁이라는 국가 존립의 위기 속에서도 끝내 민족의 광복을 일궈 내고, 자유를 수호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참전했던 월남전에서 우리의 많은 젊은 생명이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해 희생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숱한 외침과 시련을 겪었지만 그 때마다 선열들의 불굴의 호국의지와 민족적 저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지금 우리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수없이 많은 순국선열의 희생의 토대 위에서 이룩된 것임을 생각하면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호국영령과 유공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동시에 호국정신을 계승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일 것이다. 특히나 올 6월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최근 한반도 정세를 고려 할 때 호국정신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6·25전쟁 발발 55년이 되는 해이며 일제에 의해 국권이 강탈된 지 100년, 독립을 이룬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하여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으며, 일본과는 독도 영유권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계속된 망언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국민들의 호국의지가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전후세대가 해마다 증가하여 전체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역을 마치기 전에는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새로운 국적법이 국회에 통과되자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국내에서만 1200여명에 이르렀다. 또한 얼마 전에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어느 기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만일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지원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45.5%의 대학생이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물론 53% 이상의 대학생들은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대답했지만 문제는 해마다 같은 조사에서 지원하지 않겠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호국의지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은 스스로 평화와 안녕을 지킬 수 있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 정신적 국력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국민안녕과 경제번영은 평화 속에서 달성할 수 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하였다. 물론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로 인해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지난 2002년 6월 서해교전이 발생하여 꽃다운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강한 나라가 되어야만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요소와 국민 정서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인 요소는 실제적인 국방력으로 이는 범정부차원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다면 정서적인 요소는 강요에서가 아니라 국민 마음에서 우러나는 호국의지를 고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지금의 자유민주국가를 있게 한 선열들의 나라사랑 마음과 국난 극복의 정신에 감사하고, 나아가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그분들의 호국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불확실한 시대에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월 중 하루쯤은 대전과 인근지역에 산재해 있는 순국선열의 혼이 깃든 유적지를 지인들과 함께 찾아 호국정신의 뜻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여행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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