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독 : 박철수
주 연 : 서정, 심지호
2000년 ‘원조교제 구속사건’ 실화 바탕
유부녀. 고등학생. 사랑그린 파격 멜로
선댄스 영화제 진출 세계관심 집중
30대 유부녀가 19세 고교생을 사랑한다면, 미쳤다고 할까?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영화로 그려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30대 유부녀와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파격 멜로 영화 ‘녹색의자’. 대전에 정착한 박철수 감독이 ‘봉자’, ‘스물넷’에 이어 대전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3번째 작품이라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2005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인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제 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는 등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제 7회 바르셀로나 아시아영화제, 제 7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세계영화제의 잇따른 초청을 받아 그 진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 30대의 유부녀와 10대 고교생이 역 원조교제를 이유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만 법정판결이 종료된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잊혀졌다. 이 영화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이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회의 통념에 비춰서는 금지된 행위였기에 결국에는 ‘역 원조교제’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만들어냈다. 세상의 통념에 어긋나는 사랑으로 고통 받았던 두 사람이 출소 이후, 둘만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
처음 본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32세의 이혼녀 문희(서정)와 19세의 미성년 현(심지호). 서로의 감정에 솔직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역 원조교제라는 미명 아래, 한낱 사회적인 이슈거리로 내몰리고 만다. 세상의 시선과 현의 미래에 대한 자책의 늪에 빠져버린 문희는 현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러나 문희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고, 결국 둘은 문희의 친구 진(오윤홍)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세상의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진다. 그리고 현의 스무 살 생일 파티, 세상에 둘밖에 없는 듯 춤을 추는 문희와 현.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현은 진에게서 문희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픈 사랑이 쉴 자리. 사랑, 오직 그 이름 하나만 믿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그들, 이 지친 사랑이 쉴 자리는 어디인가….
현이 마침내 성인이 되는 스무 살 생일 파티. 문희의 어머니와 전 남편, 현의 부모님과 현을 흠모하던 여학생, 그리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둘을 미행하던 잡지사 기자까지 한 데 모여 두 연인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찬반 논란을 펼친다. 마치 그리스 시대의 연극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사회의 통념을 위배한 이들의 행위에 대한 일방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영화의 배려다.
박 감독의 영화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소품은 바로 ‘음식’이다. 그의 영화에서 ‘음식’은 중요한 언어다. ‘녹색의자’에서도 어김없이 ‘음식’이라는 소재를 등장시켜 성욕과 식욕은 정비례한다 라는 방정식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출소 후 고통의 보상인 듯 오로지 먹고 섹스하는 두 가지 행위에만 열중하는 여관 신, 서로의 감정이 사랑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포장마차 신 등 감정이 교차하고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음식’이 중요 코드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섹스’도 마찮가지. 두 명의 주인공이 관계를 조율하고 소통하는 둘만의 언어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정사장면은 기존의 멜로 영화나 스토리 중심의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감상주의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섹스’ 코드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의 기묘한 사랑이야기는 10일 개봉된다. 18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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