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자금 대출요건 복잡” 지적
조합장 선거 잡음도 불신 키워
“농민 아닌 직원을 위한 농협이다.”
“농촌 현실과는 동떨어진 농협이다.”
지난달 27일 모내기를 막 끝낸 들판에서 만난 농민들은 대체로 농협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은 표정들이었다.
대전의 한 농촌마을에 사는 강모(71)옹은 “비료나 농약 등 농자재들을 정부지원이나 조합자체적으로라도 지금보다 더 싸게 공급해줬으면 한다”며 “같은 값이면 농민에게 이득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농협의 일반 대출금 이자도 시중은행과 비교해 볼 때 결코 싸지 않을뿐더러 농협이 농촌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조합장 선거 때에도 말이 많아 마을이 시끄러웠다”고 밝혔다.
금산의 한 하나로마트 맞은편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주민들에게 싼 값의 물건을 제공하는 건 좋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 영세상인들은 더욱 힘들다”며 “주로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물건이나 마트가 문 닫을 때를 겨냥해 가게를 꾸리고 있다”고 밝혔다.
청양의 권모씨는 “농기계 대출을 둘러싼 농협의 비리 의혹이 지역내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며 “잡음없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농협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산에 사는 정모(70)옹은 “농협의 장삿속이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농약과 비료를 비롯해 각종 제품들이 인근 마트보다 비싸 마을 주민들이 타지역에서 물건을 사오는 등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직원들 월급주기 위한 농협인 것 같다”고 힐난했다.
정옹은 또 “1년에 한번 결산보고를 하는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이어 “싼 이자의 영농자금 역시 이에 대한 홍보도 없고 너무 복잡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농민들은 대출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한나라당(홍성·예산)의원은 “일부 농협들이 영농자금 대출시 제출된 서류나 지난해 현황에 의존하고 있는데 영세농민들을 위해 보다 정확한 실사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농협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모습과 함께 영농자금의 종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의 농협에서는 저리의 영농자금이 조합장과 친분 관계의 지역민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영농자금의 대출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금산에서 만난 박모(67)씨는 “영세 농민들 중에 농협이 제시하는 대출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농가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영농자금 규모에 비해 신청자들이 많아 불만이 생길 수 있지만 충남농협의 경우 올해 영농자금 3846억원 중 92.7%인 3560억원을 집행했다”며 “농협도 채권자로서 신청자의 신용상태 등에 따라 대출액을 차등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로마트 농산품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해당 조합내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으며 조합장선거에 대해서는 “7월부터는 조합장 선거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관리키로 했으며 금품 및 향응 신고제를 도입, 신고 금액의 50배를 포상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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