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갓난아기의 기저귀를 갈아 주고 난 뒤 자는 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는 아기엄마나, 앞치마를 두른 채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얼굴이 발개지도록 깨끗이 방을 닦던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어느 때 그려봐도 마냥 곱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무릎을 꿇고 어린것의 그림책을 함께 넘기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아빠나, 장롱밑에 잘못 들어간 장난감을 길다란 잣대로 조심조심 꺼내 주는 어린 삼촌이나, 아직도 시집을 못 갔지만 앉은뱅이 책상을 마주하고 누군가에게 정성껏 글을 쓰는 고모의 자세도 정겹기 그지없다.
어디 그뿐인가. 쭈그리고 앉다 못해 아예 무릎을 꿇고 땀을 닦아 가며 어린 들꽃을 요모조모 관찰하는 새끼학자들을 저만치서 지켜보는 것도 흐뭇하고, 집에까지 찾아와 누워 있는 환자의 용태를 이리저리 살피며 친구나 가족같이 살갑게 대하는 넉넉한 간호사 선생님을 뒤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정감이 흘러넘친다.
그것만이 아니다. 발을 찧어 깨금발을 하는 아빠에게 다가가 발이 아프냐며 무릎 꿇고 발등에 ‘호호’해 주는 아가의 모습은 웃음까지 배어 나오도록 한없이 귀엽고, 선생님의 풀어진 구두끈을 자기가 매 드리겠다며 대뜸 고개를 숙인 제자의 자태는 그지없이 대견스럽다.
또한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르는 콘택트렌즈를 같이 무릎 꿇고 바닥을 차근차근 둘러보는 친구가 더없이 푸근하고, 무릎을 맞댄 채 덧없이 지내온 세월을 뒤돌아보고 앞날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두 손을 모은 아내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다.
그러나 나는 그 무엇보다도 무릎을 꿇었다 엎드리며 수도 없이 절을 하는 여승을 대웅전 옆문에서 바라볼 때 거룩함이 무엇인지를 깊이있게 알게 되었고, 어두운 성전에서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 기구하던 노사제를 쳐다보면서 경건함이 어떤 것인가를 가슴 시리게 느낄 수 있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