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쇠고기 음식점원산지표시제 도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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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쇠고기 음식점원산지표시제 도입돼야

  • 승인 2005-06-03 00:00
  • 박종수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박종수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에는 백화점과 정육점 등에서는 쇠고기를 포함한 육류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음식점을 규제하는 식품위생법에는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표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음식점의 이러한 불투명한 유통행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가중되면서 지난 2003년 12월 미국의 광우병발생 사태를 계기로 한우고기를 비롯한 국내산 쇠고기의 소비가 급속히 감소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에서 한우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입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음식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만큼 음식점에서 쇠고기의 둔갑판매가 거리낌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음식점의 농축산물 원산지표시제는 단순히 생산자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함은 물론 농축산물의 유통을 투명화하고, 음식점에서 국내·외산 농축산물에 대한 공정한 경쟁여건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음식점의 원산지표시제가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2002년 12월 한나라당 이인기의원 등이 의원입법으로 음식점에서 쇠고기에 대한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동 법안은 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16대 국회가 끝나는 동시에 자동 폐기되었다. 이 위원 등은 다시 2004년 6월에 음식점의 식육원산지표시제를 골자로 하는 식품위생법개정안을 17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입법 발의하였고, 금년 4월에는 열린우리당 조일현의원 등 여야 의원 32명이 쇠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에 원산지표시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도 식품위생법 개정이 또다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률안 심사위원들 가운데 지역구가 도시지역인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의안 상정마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반대이유로 단속의 실효성 문제와 통상마찰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은 둔갑판매를 자행하고 있는 그들의 지역구 관내 요식업자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통상마찰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수입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국내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여, 음식점에서는 원산지별, 품종별, 부위별로 판매토록 하고 그 선택은 소비자의 자의적인 의사에 맡기자는 데에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동일한 시장에서 국내·외산 쇠고기가 품질과 가격의 차별화를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원산지표시제의 시행여부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식육판매업자가 음식점에 쇠고기를 납품할 때에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해주도록 의무화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쇠고기 전문 음식점부터 실시토록 단계별로 제도를 적용하면서, 음식점과 소비자를 동시에 계도시켜나가면, 단속문제 또한 어렵지 않게 정착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원산지 표시제가 정착되어 음식점에서 쇠고기 유통이 투명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쇠고기의 총 소비가 더욱 늘어나서 음식점의 쇠고기 매출액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유통의 투명성이 보장될 경우, 소득이 높고 고품질의 쇠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비싼 한우고기나 국내산 육우고기를 선택할 것이고, 소득이 낮은 소비자는 값싸고 질이 다소 떨어진 수입고기를 선택할 것이다.

이는 소득재분배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제도이고 이것이 개방경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아닌가? 6월 임시국회에서는 음식점원산지표시제를 의무화하는 식품위생법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쇠고기시장이 불신의 늪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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