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의 7할을 채울 때까지는 새지 않지만 그 이상을 부으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사라져 버리는 의기(儀器)인 계영배(戒盈杯).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잔, 계영배’를 통해 우리는 ‘지나친 욕심을 채우려 한다면 곧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개인, 자치단체, 정치집단 할 것 없이 너무도 자기욕심에 눈이 어둡다.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당위성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의 실천 방안에 이르러서는 양보와 타협은 사라지고, 오직 내 방식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고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논리에 의해 행정수도이전사업을 좌절시켰고, 정치적 이해타산에 의해 행정도시건설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에 이르러서는 각 지자체가 소위 ‘돈 되는’ 사업만을 자기고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저 착찹하기만 하다.
결국 수도권도 지속적인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적으로 팽창된 부분을 덜어내야 하며, 그런 연후에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오히려 수도권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안이 되고 지방은 성장동력을 얻어 균형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지 기계적인 균형과 배치가 아닌 합리적, 효율적인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고, 수도권 일부세력들과 분산기능의 유치에 마치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대의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란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양보와 타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라고 가르쳐 주신 은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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