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업체들은 앞 다퉈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제안된 사항들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한글 2002’는 기능의 50% 이상이 이용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르노 삼성의 SM5는 온라인 동호회의 건의로 제품의 사양이 결정됐다. 가전업체들도 고객아이디어를 활용해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다. 파스텔톤 청정기, 쌀 불림 밥솥, 현미 믹서 등등.
심지어는 고객의 기대보다 빠른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주도해 왔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조차도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 하는 위험 대신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일명 ‘프로슈머 마케팅’ 바람이다.
‘프로슈머(prosumer)’란 단어는 미래 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1971년 그의 저서 ‘미래 충격’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생산자를 뜻하는 프로듀서(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콘휴머(Consumer)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생산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소비자를 뜻하는데, 단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상품 개발에 참여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프로슈머의 수준이 기업의 가치척도가 된 시대가 됐다.
원자력안전에 대한 문제도 이제는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것에서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체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 분야의 프로슈머를 길러야 한다. 프로슈머들이 체험을 토대로 제시한 불만족 사항과 개선해야 할 점, 그들이 직접 기획하여 수립한 대안들을 정부와 관련기관이 정책과 경영에 반영하게 된다면 이는 곧 원자력을 안전규제하기 위한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을 위한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다.
원전 소재지마다 창설돼 있는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와 안전기술원이 운영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 및 모니터요원’ 등은 이미 프로슈머다. 정부와 안전기술원이 금년부터 운영할 예정인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 원자력안전을 체험하여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인터넷 콘텐츠 ‘원자력안전 프라자’와, 원자력안전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초,중,고,대학생을 위한 ‘원자력안전체험단’의 멤버들도 프로슈머로 양성해야 한다. 특히 시민환경단체와 원전지역 주민은 최상의 프로슈머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성지역을 비롯해 앞으로 지어질 원전지역의 현장방제센터도 사고 시에는 대책본부 중심, 평상시에는 지역주민 중심의 프로슈머센터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프로슈머 전략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거래상의 협상’이 아닌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기 때문에 신뢰가 형성된다고 한다. 원자력안전의 프로슈머들에 의한 불만 사항이나 제안 사항을 빠르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원자력에 대한 ‘국민안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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