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섬’ 제주도 배경 신화 10편 소설로 재구성
오랫동안 구비문학
비록 활자화된 기록문학이 문학의 중심자리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인류문학의 앞자리와 밑바탕엔 구비 문학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근대로의 전환기에 우리 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구비 전승의 자료들을 우리 글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실패했다.
그 이면에는 한자를 공용어로 쓰던 20세기 이전의 식자층에게 민간의 구비 전승물들은 그리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사정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 식민지 과정과 왜곡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구비 전승의 자료들을 폭넓게 채집하고 분류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잃어버렸다.
그 결과 마땅히 우리 신화가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에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나 중국신화가 들어와 차지한 것은 아닐 까?
하늘궁전, 한국의 올림푸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책 ‘할로영산’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신화는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 문화유산이다. 서양의 신화가 저들 문화의 형성과정과 인간상을 말해주고 있다면 한국의 신화는 우리 문화의 원류와 한국인의 원형적인 인간상을 말해주는 자료일 것이다.
어쩌면 대륙에 붙어 있는 반도에서 휩쓸리며 살다가 정신 못차리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우리의 원형을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도 신화를 소재로 한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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