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지방의원 유급제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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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지방의원 유급제 시기상조다

  • 승인 2005-05-27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유영돈 편집부장
▲유영돈 편집부장
지방의원 유급제 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부활된 지난 10여년동안 대통령 선거나 총선 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현안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민단체나 학계, 여론 등의 반발에 밀려 끝내 실현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주 한나라당이 제기해온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전격 수용키로 함에 따라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물론 내달 임시 국회에서 통과 되어야겠지만 차기 지방의회부터 의원 유급제가 도입된다는 것에 정치권 안팎에서 벌써부터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강래 국회정치개혁특위위원장측도 “지방의원 급여 규정을 법령으로 할지, 조례로 할지 형식이 결정되지 않았을 뿐 도입 가능성은 높다”고 현실화가 임박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지방의원들에겐 오랜 바람이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굴레에 묶여 자신들의 원초적인 요구를 드러내 놓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자칫 말 잘못 하다가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네’ 라는 식의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비를 털어가며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원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일정한 고정수입이란 정치인으로서의 품위를 떠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간절한 소망일 수 있다. 더불어 ‘지역 토호들의 전당’이라고 비판 받아온 지방의회에 안정된 생활보장을 제시함으로써, 전문성은 있으나 돈이 없어 고민하는 젊은 인재들의 의회진출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방의원 유급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생각과 같이 의원의 자질이 갑자기 향상되거나 성숙한 의회상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출할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고정 급여를 받지 못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우리 지방의회는 그동안 의정활동비다, 회기수당이다 등 갖가지 명목으로 광역의원의 경우 1인당 연 2760만원, 기초의원의 경우 연 1880만원을 지급해 왔다. 더구나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에게는 별도의 판공비와 더불어 의장의 경우 비서관, 운전기사, 차량까지도 지원 받아온 게 현실이다. 엄격히 말하면 무보수 봉사는 전혀 아니었다. 당초 주민을 위한 희생을 전제로 한 만큼 사명감만 있다면 이 정도의 수당만으로도 의정 활동에 충분하지 않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급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 시·도 광역의원 682명에 대해서는 3~4급 공무원, 시·군·구 기초의원 3496명에 대해서는 5급 공무원에 준하는 급여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유급화에 필요한 추가 재원이 무려 1000억원이 넘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끝 모르는 장기적인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서민들은 허리띠를 조르고 졸라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사정에 환멸을 느낀다고 푸념들이다. 서민들의 이같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치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방의원 유급화 문제를 또다시 거론하고 있다. 그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들의 ‘환심 사기용’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정치권의 이런 ‘의도적 행위’에 국민들의 시선은 그래서 더 따가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 표로 당선된 정치인들이기에 표의 주인들의 정서를 헤아리고 그들을 실망시키려 않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이자 도리일 것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던 이 사안의 전례에서 ‘국민의 숨은 뜻’을 읽을 줄 아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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