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그래도 선생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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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그래도 선생님을 믿습니다”

  • 승인 2005-05-26 00:19
  • 김진원 KBS대전 보도팀장김진원 KBS대전 보도팀장
올해 스승의 날은 유난히도 말이 많았다. 촌지 수수와 관련해 소란스러웠고 내신파동과 관련해서도 어수선했다. 묵묵하게 사도의 길을 걷는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정말 답답하고도 억울한 일이었을 것이고, 학생들도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최근 내신 파동으로 인해 학교에서의 답답한 일들이 더욱 불거져 불평이 더 커졌을 것이다. A여고생은 가정 과목 실기 숙제로 버선을 만들어 냈는데 듬성한 바느질 솜씨라서 점수가 10여점이나 깎였다.

서툴지만 새벽까지 정말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내신 성적이 걱정이다. 체육실기가 항상 어려워 고민인 B학생, 모의고사를 하루 앞둔 체육시간에 하필 실기를 한단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도는 오래달리기. 안하던 운동을 하고 나니 무리가 가고 내일 모의시험 준비는커녕 밤새 끙끙 앓고 말았다.

중간고사 과학시험을 본 C학생은 망연자실 했다. 당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범위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70점대, 내신이 걱정이다.

D학생은 숙제를 못해갔다. 옆자리 라이벌 학생은 해왔고, 몰래 숙제물을 찢었다가 CCTV에 찍히는 바람에 다음날 경찰서까지 갔다 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여러 일로 인해 교육이 위기에 처해있다며 걱정하는 터인데 이같은 사례를 보면 더욱 걱정이 든다.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은 숙명적이지만 학교당국 또는 선생님들이 학생의 입장에서 개선할 것은 적극적으로 고쳐야한다.

촌지문제나 학교 폭력 등의 큰일(?)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앞의 사례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의욕을 상실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한다.

어쩔 수 없이 1, 2, 3등은 나와야 하지만 학생이 최선을 다했을 때 최고가 아니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토양을 학교와 선생님이 만들어 줘야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말없는 노력으로 우리의 교육계는 지탱되고 있지만 극소수 교사의 일탈로 여론이 악화되고 비난이 들끓는 것이 안타깝다.

‘백년대계’인 교육은 정책에 대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는 조그만 착오라도 더더욱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배우는 학생들이 받는 가장 큰 영향은 선생님한테서 받기 때문이다. 백지나 마찬가지인 어린학생들이 선생님한테서 잘못된 교육을 받는다면 어찌 될 것인가? 어쩌면 아이한테 평생 씻을 수 없는 ‘얼룩’이 질지도 모른다.

얼마전 어느 글에서 글쓴이가 인용한 안도현의 ‘봄편지’가 생각난다. “점심시간 후 5교시에는 선생 하기가 싫을 때가 있습니다. 숙직실이나 양호실에 누워 끝도 없이 잠들고 싶은 마음일 때, 아이들이 누굽니까? 어린 조국입니다.” 요즘 세태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서 믿음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이 믿을 곳이 바로 선생님일 것이다. 그 곳에서 우리 아이들의 힘과 꿈이 나온다면 과장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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