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선아 시인·한남대 문창과 조교 |
고구려인들이 간직해온 예술적 감동은 21세기 첨단과학도시 엑스포 공원과 마주한 자리에 과거와 현재의 첨예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고구려인들의 정신세계와 기질이 살아 숨쉬는 벽화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고구려 벽화에는 영혼을 나르는 신성한 동물로 말이 등장하고 있었다. 말이 날개 달고 하늘을 나는 자태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페가수스’를 연상시켰다. 고구려의 벽화에는 도깨비, 하늘을 나는 신선과 용, 학, 봉황, 기린 등이 등장할 뿐 사악한 신이나 지옥의 풍경은 없었다. 이 점은 바로 고구려인들의 맑은 정신세계와 긍정적인 종교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뿔 나팔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관악기이다. 행진 등 대규모 인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데 쓰던 신호용 악기다. 벽화에는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뿔 나팔이 등장하여 고구려인들의 활달한 기질과 음악을 사랑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벽화에 장고치는 신은 가장 아름다운 연주장면의 하나였다.
구름 위를 날며 손바닥으로 가볍게 북을 두드리는 모습은 오늘날 장구 연주를 보는 듯하였다. 저대를 부는 신은 봉황을 탄 천인의 모습으로 그 필치가 수려하고 화려했다.
고구려 무덤 벽화의 그림은 하늘로부터 별이 쏟아지고 상서로운 새와 짐승이 날아다니는 유토피아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구름 위를 나는 신으로 표현되어 날개 없이 학, 봉황, 용, 기린 등의 새와 짐승을 타고 다녔다. 천상세계의 옷을 걸치고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는 행위는 하늘의 풍류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선그림에는 도교 사상과 고구려인의 꿈이 담겨 있었다. 이렇듯 고구려 벽화의 하늘에는 신선뿐만 아니라 온갖 상서로운 짐승과 새들이 유유히 날고 있었다. 이로써 나는 고구려인의 비상의 정신과 활달한 상상의 세계에 깊이 빠질 수 있었다. 실로 감동적인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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