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한의학적 진단·치료 지표의 객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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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한의학적 진단·치료 지표의 객관화

  • 승인 2005-05-24 00:00
  • 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최근 들어 건강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면서 웰빙문화가 보편화되고 현대의학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대체 의학, 특히 한의학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한의학은 치료의 방법이 매우 다양한데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한의학의 학문적 특이성으로 인정되면서 내려왔다. 이에 따라 그 개념을 혼동하여 적절하지 못하게 이용되어져 온 것도 적지 않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의학적 진단·치료기이다. 객관적·과학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아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진단·치료기기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한의학계가 풀어야할 숙제로 계속 남아 있다.

의학계에서는 EBM(Evidence-Based Medicine)이란 용어가 요즘 흔히 사용되고 있다. 근거 중심 의학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의학적 결정을 할 때 치료 시점에서 활용 가능한 명백한 근거들을 신중하면서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은 1992년 영국과 캐나다의 의학자를 중심으로 의학교육계에 정식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1999년에 EBM 연구회가 창립돼 근거중심의학을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한의학도 시대에 발맞추어 객관화·과학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관념상으로 존재해 오고 있는 한의학적 진단·치료의 개념들을 현실에 맞게 측정가능하고 설명 가능한 지표로써 재해석 하고자하는 노력들이 꾸준하게 계속되어 온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과학의 발달로 인한 기기 개발은 10-9m의 나노 단위의 구조를 제조하여 측정하기에 이르렀으며 한의학적 개념들을 하나 둘씩 객관화된 물리량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력이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학문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여 발전시키는 단계를 넘어 영역 간에 활발한 교류를 통해 보다 진보하려는 노력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새로운 개척 분야를 찾고 있는 기존의 자연 과학과 한의학의 융합은 우리나라에 매우 커다란 학문적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사회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한의학 주도적으로 학문적 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토대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어져야 하는데, 가장 선행되어져야 할 일들 중 하나가 한의학적 지표들의 정의와 그 정의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전통의학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침구 치료 효능에 큰 매력을 느끼는 일본, 유럽과 미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기전 연구와 임상 시험연구를 통해 객관화/과학화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과학기술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침구치료의 기전 규명과 효능 효과 연구들을 보다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기초 연구에서부터 임상 시험 연구까지 유기적인 체계를 확립하여 한국 한의학의 침구경락 분야를 과학화·세계화 하는 것을 목표로 침구경락연구거점기반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 체계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침구경락 기전 연구를 통해 한의학적 지표들을 객관화하는 것은 안으로 한국한의학 발전의 전환점으로, 밖으로는 전통의학 지적재산권 확보와 향후 세계 대체의학 시장의 경쟁력 확보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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