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적 포기자의 99%가 20세 미만의 남자이니 바로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들 중에 공무원이나 국공립대 교수들의 자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명단 공개와 국적이탈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 등에 대하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중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지도층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일 것이다. 젊었을 때 미국까지 가서 거주하거나 공부하면서 낳은 자녀들일 터이니 대부분 많이 배우고 돈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이러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군입대를 피하는 수단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있으니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차원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 할까?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한국국적을 갖고 생활하는 것보다도 득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 국적을 갖게 되면 병역의무를 피할 수 있고, 미래에 외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한국에서의 군대 생활이 한창 공부할 나이에 시간 낭비라는 생각과 앞으로 인생을 살 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법은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으면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적 포기를 위해서는 병역의무를 마치도록 강제한 것이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토방위의 의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이중 국적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병역의무를 다한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격을 보장해 주고, 원한다면 외국 국적도 가지고 살게 하고…. 그래서 싼 비용으로 외국에서 공부도 할 수 있게 하고….
부모가 한국인이고, 그 핏줄이 한국인이라면 그가 어디에 살든, 어떤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든 역시 한국인이기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세계에 꼭 국적이 하나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중 삼중의 국적을 갖고서도 한국에 더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국가적으로 이익일 것이다. 재중동포나 재일동포 같은 재외한국인이나, 어릴 때 외국에 입양이 되어 외국인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정상적인 병역의무를 다 했다면 한국국적도 부여하여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초반 이스라엘이 수세에 몰리자 외국에 유학 중이거나 체류 중인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전쟁에 참여한 것을 들고 있는데, 이스라엘에서는 이중국적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을 참고삼아 그 장단점을 신중하게 고려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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