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그 독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독도에 갈 때 들러야 하는 울릉도엔 ‘독도박물관’이 있다. 지난 95년 삼성문화재단이 비용을 대 건축하였다는 이 박물관에는 고인(故人)이 된 서지학자 이종학 선생이 30년 간 모아 기증했다는 독도 관련 역사 자료가 잘 보관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1486년 제작된 팔도총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일본 측 사료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1700~1800년대 제작된 일본의 고지도(古地圖)에조차 동해(東海)를 ‘고려해(高麗海)와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했다.
“독도가 우리 땅”이란 사실을 우리 스스로 의심하는 국민은 없겠으나 이 독도박물관은 “독도가 정말 우리 땅이구나” 하는 확신(確信)을 주었다. 30년 동안 이 방대한 자료를 모으는 데 애를 썼을 서지학자 이종학선생의 노력에 대한 감탄과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났다. 박물관 2층에 걸려있는 “동해는 방위(方位) 개념 조선해(朝鮮海)는 고유 명칭”이라는 플래카드의 글귀는 이종학 선생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를 떠나 파고 2.5m의 바다를 가로질러야 한다. 계룡장학재단의 ‘독도 우리땅 밟기운동’ 단원들과 함께 삼봉호를 타고 독도로 향했으나 접안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눈 앞에 떠 있는 독도의 광경은 독도 땅에 발을 딛는 것과 감회가 다르지 않았다. 독도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큰 섬이었다.
웬 갈매기가 그렇게 많은지 ‘갈매기의 본고장’이란 말이 실감났다. 갈매기의 우렁찬 합창은 우리를 반기는 듯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갈매기가 벌써 인간들에 의해 환경피해를 겪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관람객들이 건네주는 새우깡을 잘 받아먹는 모습이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였으나 나중에 보니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쫓아 관람객을 태운 배를 뒤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환경피해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봉호 승선원의 말로는 배가 나타나면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모여들어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낚아채가곤 한다고 하였다. 필자는 그날 먹이가 배 갑판에 떨어지자 갑판까지 내려와 새우깡을 채가는 모습을 보았다.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할 갈매기가 벌써 인간이 건네는 새우깡의 맛을 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낄 수만은 없었다. 독도는 문화재청이 관리를 맡고 있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관람객의 배를 뒤쫓는 갈매기 떼는 천연기념물 독도의 환경피해 가능성을 벌써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독도의 영유권 문제 때문에 주민등록을 이곳으로 옮긴 애국심 많은 국민들도 있으나 정말 사람들이 이곳에 살게 되면 자연환경에는 문제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동강이 순수한 자연에서 TV를 타면서부터 망가진 사례도 있지 않은가?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또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운항하는 삼봉호라는 배는 17년 전에 일본에서 제작된 배이고 그 배 안에 놓여진 TV도 일제(日製) 샤프사(社) 제품이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러 가는 사람들이 타는 배와 TV가 일본 산(産)이라는 승선원의 말을 듣고 언짢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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