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편집국 부국장 |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들이 많다. 할일 없으면 쉽게 하는 소리가 “장사나 하지 뭐”다. 그래서인지 길거리를 가다보면 발에 차이는 게 영세한 가게들이다. 음식점은 즐비하고 커피숍, 문방구, 당구장, 노래방, 술집, 복덕방 등이 줄지어 있다. 아마도 일자리가 부족한 탓 일게다.
우리 경제는 어쩌면 자영업에 기대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같은 업종끼리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급기야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 연출되는 게 지금 우리네 자영업의 실상이다. 그나마 임대료를 겨우 내면서 버티기라도 한다면 성공한 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2003년말 통계로 700여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2200여만명)의 35%에 이른다. 국세청 통계에서도 같은해 말 기준 934만명이 납세인원이며 이중 400만명 이상이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어쨌든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5%의 자영업자들이 경제의 근간을 이룬다. 이는 일본 16.3%, 미국 7.2%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영업은 지금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뇌관’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자영업으로 뿌리내릴 확률은 5%도 채 안된다는 통계도 나온다. 퇴직자들이 보통 독하게 마음먹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퇴직자들이나 실직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인건비와 임대료도 못 내고 1년도 안돼 폐업하는 게 다반사다. 대전충남지역도 음식점의 경우 신규보다 폐업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결국 담보 잡힌 주택에서 전세로 눌러앉고 퇴직금은 인생의 값비싼 수업료로 날려버린 뒤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자영업은 퇴직자와 실직자들에서 양산된다. 막상 직장을 퇴직하거나 그만두면 갈 곳이 없고 할 일도 없는 게 우리 현실. 그래서 너나없이 직장을 떠나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자영업이다. 자영업을 하더라도 젊은 시절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백면서생의 퇴직자들이나 실직자들이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창업에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시장은 냉혹한 것이어서 준비가 안됐거나 자본 없는 아마추어들을 그냥 봐줄리 없다. 퇴직자들이 평생 해보지 않은 생소한 일을 준비 없이 뛰어드는 무모함은 결국 실패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는 안타깝게도 정치권의 거대담론 속에 묻혀 있었다. 정부가 최근 영세 자영업자에게 워크아웃을 시행하고 자금지원을 해주지만 백약이 무효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를 살리는 근본책은 우리 경제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가는 일이다. 외환위기 때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었다. 기업이 일자리를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여진과 경제난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자영업에 투신하려는 40, 50대 퇴직자 및 실직자들 문제는 청년실업 못지않다. 이들 실업은 한 가정에 불행을 안겨주는 잠재세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은 잇따르는 가정파탄을 막고 국민복지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민생개혁은 거대담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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