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범 시교육위원회의장 |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부터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고구려 유물 전시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사람으로 중앙과학관을 찾았다. 광장에는 비록 모형이지만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광개토대왕비가 서있었다. 동북아의 최강자였던 고구려의 찬란한 유적이지만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야욕을 위한 왜곡의 희생물로 전락했던, 우리의 슬픈 근대사를 떠올리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전시장 안에서는 어린 아들에게 고구려의 역사와 자취를 설명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무엇인가 열심히 기록하는 학생들의 탐구열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전시장 한곳에 마련된 전통 체험 코너를 가득 채운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천진스러운 동심의 물결이 내 마음을 찬란하게 했다.
여러 볼거리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의 생활모습과 신화가 그려진 벽화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얼굴이다. 씨름을 즐기는 사내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춤추는 여인의 날렵한 맵시 그리고 말을 달리며 화살을 날리는 무인들의 호쾌한 기상 앞에서 시공을 넘는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억지스러운 생각일까? 사신도의 현무, 주작, 청룡 등 상상의 동물의 모습에서 고분벽화에 그려진 악기를 연주하는 낭만적인 신들, 대장장이의 모습이나 농사를 주관하는 신을 상상해 낸 고구려인의 맑은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우리민족 고유의 신화적 상상력은 오늘을 사는 후손들의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벽화를 그리는 예술적 감각은 정교하고 세련된 금속공예품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최근 일본과 중국에 의해 저질러지는 우리의 역사 왜곡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외적으로는 나라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으로는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는 충실한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세에 굴하지 않는 우리민족의 정신적 자부심의 근간을 용맹한 고구려 ‘개마무사’의 위용에서 확인한 것도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큰 수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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