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도 나는 그 ‘일반인들의 사고’라고 하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조금도 진전되지 않음을 보고 놀랐다. 금번 대전시에서는 만 12년만에 ‘공연예술 엑스포’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큰 공연예술 축제인 ‘제23회 전국연극제’를 유치해 왔다. 그래서 오는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 큰 축제마당의 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 연극인들의 가슴 설레는 이 큰 행사에 일반시민들은 조금도 관심이 없고 오히려 ‘또 국제적이고 전국적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력에 좋다면 지렁이도 삶아먹고 자녀 교육이라면 걸음마 배우는 갓난아기 때부터 학원과외를 서슴지않는 우리네 사회에서 어찌 자기표현능력을 위한 교육기능으로서 언어능력과 인지력 향상 그리고 창의력 개발에 절대적인 효과를 속성화할 수 있는 연극 장르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연극을 ‘딴따라’니 또는 ‘광대’니 하는 전 근대적인 사고에 멈추어진 우리네 인식을 누군가가 앞장서서 인식변화운동을 일으켜야만 하지 않을까!
더구나 속상한 것은 이런 우리의 안타까움을 ‘그런 문화의식이 일반적인 사회인식’이라고 하면서 무책임한 위로를 해주는 주변 예술인들의 안일한 대안에 더욱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극은 인류의 탄생 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간문화이다. ‘자기표현’이라는 전인적인 역할수행이 필요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인간사회에서 발화된 참 예술장르인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미 이 연극을 통해 철학이라는 학문이 체계화 될 수 있었고 또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인의 본 직업이 배우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직 우리나라에서 만이 유교적인 관점에서 잘못 인식되어져서 연극이 오천(五賤)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 제23회 전국연극제는 시도간의 연극경연대회만을 위한 장이 아니라 연극에 대한 시민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교육체험 학습장으로서의 기능을 최대화하였다. 그래서 부대행사로서 약 50여 공연단체를 초청해서 뮤지컬, 전통민속극, 마당극, 인형극, 그림자극, 교육연극, 과학극 등 다채로운 연극 장르를 총집결시켰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연극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도입하여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풍성한 문화식탁에 편식하는 시민의식이 정말 새롭게 개혁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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