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인들은 스스로 하늘의 자손, 단군의 자손이라 여겼다. 고구려인들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행사 즉, 동맹을 통하여 천손(天孫)으로서의 자부심을 확인하고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며 국중대회를 열어 내부 결속을 다졌다. 10월 제사인 동맹은 단군 조선에 이어 천제 전통을 계승하여 축제이면서 동시에 정서적인 사회통합의 장이 되었다.
이때 국중대회에 나가 군중들 앞에서 무예를 선보였던 ‘검은 빛깔의 조복’을 입은 이들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려의 조의선인(早衣仙人)이다. 조선상고사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구려 전성시대 편을 통하여 민족고유의 선도수련과 전통무예로 심신수련을 겸한 조의선인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구려의 강성은 선배(선비)제도의 창설로 비롯된 것인데 ‘선배’는 이두문자로 선인이라 쓴 것으로써 선인이 ‘선배’라 부르던 무사단에서 유래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태조 때 와서 3월, 10월, 신두수대제(제천의식)에 모든 군중을 모아 칼로 춤추며, 혹은 활도 쏘며, 혹은 깨금질도 하고, 혹은 택권(택견)도 하며 강의 얼음을 깨고 물 속으로 들어가 물싸움도 하고 혹은 가무를 연하며 아름다움과 후함을 보며, 대수렵을 행하여 그 잡은 양의 많고 적음을 보아 그 내기에서 승리한 사람을 선배라 칭하고 선배 된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녹을 주어 그 처자를 먹이어 가실에 누가 없게 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에서의 온달은 3월 3일 낙랑 언덕에서의 사냥대회에서 1등을 함으로써 ‘선배’로 뽑힌다. ‘선배’는 머리를 박박 깎고 검은옷을 입었으므로 ‘선배’의 독특한 외양 때문에 고구려와 전쟁을 하였던 수·당의 병사들은 이들을 승군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고구려를 숭상한 고려의 최영 장군조차 ‘당이 30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략하나 고구려는 승군 3만을 내어 이를 대파하였다’라고 ‘선배’를 찬양하기도 했다. 당시 고구려의 선배(조의선인 ·早衣仙人)는 3만여 명에 달했고, 그 수장은 연개소문이었다.
조의선인은 ‘선배 제도’라는 특별한 교육체계에 의해 양성된 인재들이었다. 바로 지감, 조식, 금촉으로 전해지는 선도수련을 통하여 조의선인은 누구보다도 사물과 현상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들이 부딪치는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며 이를 해결 할 심리적, 물질적 능력을 갖도록 훈련되었다.
고구려의 선배(조의선인)제도는 조선의 선비정신으로 이어져 나라에 국난이 일어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 외적을 물리쳤다. 2002년 월드컵 때 발휘된 대한민국의 역량도 그 기원은 이런 선비정신이다. 우리의 힘은 단군의 역사를 통하여 고구려로 계승된 홍익인간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천손 사상을 이 세상에 실현 할 수 있는 중심철학이 이미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한반도 이 작은 땅에서, 두개로 갈라지기까지 한 이 땅에서, 우리는 과연 현재의 인류가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 종교의 힘 등으로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고구려인의 보여준 선배정신과 조선의 선비정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중도일보 고구려대탐험전이 이미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고구려의 기개와 홍익정신으로 인류를 선도하고 변화시키는-그래서 세계평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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