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고 있는 곳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전평화방송이 대흥동에 있는데 고속도로부터 대흥동까지 도저히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수 없는 손전화질(?)과 천신만고 끝에 찾게 된다. 서로가 답답할 뿐이다. 표지판에 도로번호와 함께 방향표시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간단한 것을…
우리는 모든 도로 설명을 큰 건물이나 시설물에 의존한다. 어리석은 짓이다. 만약 그 건물 이름이 바뀌거나 철거되거나 어두운 밤에 비가 오고 그럴 땐 어떻게 찾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도로표지판은 잘못되어 있다. 도로번호에 방향 표기가 안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길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중 한 방향만 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로표지판은 방향표기가 없다. 우선 동서행선을 보자. 우리나라 국도 번호는 홀수는 남북이고 짝수는 동서이다. 국도 36호선은 보령 대천 서해 바닷가부터 울진 동해 바닷가까지이다.
그렇다면 호선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한쪽은 동행길이요 반대편은 서행길이다. 중간에 기찻길의 상행선, 하행선이란 말도 참으로 웃긴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것도 상경이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서울로 내려가는 것도 상경이라고 한다. 만약 남북 통일되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달린다면 같은 철도인데 서울까지는 상행선이요 서울부터 신의주까지는 하행선이란 말인가?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영동고속도로는 인천에서 강릉까지 동서행길이다. 그런데 휴게소 이름은 00상휴게소, 00하휴게소이다. 그렇다면 인천서 강릉 가는 길은 하행선이고 강릉서 인천 가는 길은 상행선이란 말인데 참으로 웃긴다. 수평이동하는 데 웬 상하(上下)냐? 남북을 상하라 했으니 차라리 좌우로 하지 그래? 다 소용없는 소리다. 00동 휴게소, 00서 휴게소로 표기해야 한다. 물론 고속도로 번호에도 방향표기를 해야 한다.
다행한 것은 요즈음에 와서 방향표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는 번호 옆에 최종 목적지가 시종일관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1부산’이면 어느 톨게이트로 들어가도‘1부산’이 표기되어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방향표기는 고속도로나 국도뿐 아니라 지방도 까지도 확대되어야 한다.
도로표지판은 생명에 관계되는 것이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선 연료 절감 등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왜 이런 것들이 고쳐지지 않는가? 운전자들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건교부 장관은 잘 모르는 곳을 도로표지판만 보고 자신이 직접 운전해 보라. 내 말이 맞다고 할 것이다. 몇 년 전 시장에게도 도지사에게도 건의하였으나 법적으로 표기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만 들었다.
그리고 현재의 표지판은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법이 바뀌어서 방향표기가 가능하다는데 얼마 전 인천공항 갔다올 때 보니까 진입하는 곳에만 방향 표시가 되어 있었고 그 뒤로는 전혀 없다. 그렇게만 법이 바뀐 것인지…. 점차 확대되리라 기대해 본다. 인생길의 표지판과 방향 역할을 하는 지도자들도 올바른 길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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