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간 6년 85억 투입 스릴러물
송강호. 유지태 ‘혼신의 연기’ 대결
#1 90도 남극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지난해1월13일 오전11시. 산악인 박영석씨(42)가 이끄는 남극원정대는 남극을 정복했다.
#2 북위90도 북극점 산악그랜드슬램 이루다
지난 1일 오전 4시. 박씨가 이끄는 북극원정대가 북극을 정복했다. 산악인 박씨는 8000m급 14좌와 세계 7대륙 최고봉, 지구 3극점을 모두 밟는 산악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초로 달성했다. 북극원정에서 그들은 체감온도 영하 50도의 혹한, 그리고 눈보라와 사투를 벌이며 54일간 100kg이 넘는 눈썰매를 끌고서 775km를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다. 북위 90도에 태극기를 힘차게 꽂고 대한남아의 드높은 기상을 세계만방에 떨쳤다. 원정대에게 아낌없는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3 흔히 ‘남극’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끝없이 펼쳐진 웅대한 설원, 혹한의 추위와 돌풍,언재 빠질지 모를 크래버스, 갑자기 엄습할 지 모를 공포….
영화 ‘남극일기’(감독 임필성)가 오는 19일 개봉된다. 박영석대장이 이끈 남극원정대와 북극 원정대의 숨결과 고행의 길을 다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서 더욱 흥분된다. 물론 영화 ‘남극일기’는 이들의 고행을 담은 ‘다큐’식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내면에 숨겨진 인간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남극의 도달불능점에 도전하는 6명의 탐험대원들이 거대한 장벽 앞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일반 산악 어드벤처물이란 선입견을 갖게 하지만 ‘남극일기’는 다르다.
인간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탐욕에 관한 작품이다. “우리의 욕망이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대사가 함축적으로 나타내듯, 자연을 감히 ‘정복’하고자하는 욕심을 지닌 인간의 파멸을 말하기 위해 재난영화의 형식을 빌릴 뿐이다.
영화는 영하 80도의 혹한이 몰아치고 낮과 밤이 6개월씩 계속되는 남극의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 6명의 탐험대원들.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은 해가 지기 전 세계 최초 무보급 횡단기록이라는 가장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나선다.
탐험 22일째, 팀의 막내인 김민재(유지태)가 낡은 깃발과 그 아래에 묻혀있는 80년전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우연히 발견한 이후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바이러스가 없는 남극에서 감기증상을 보이고 쓰러지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원들은 하나 둘 남극 속으로 사라진다. 해지기 15일 전. 시간도,식량도 바닥난 상황에서 탐험대장의 도전의지는 더욱 강해지지만 반면 두려움에 떠는 대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영화는 초반엔 대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중반부엔 인간들의 치열한 갈등을,클라이맥스엔 자신 내부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때문에 관객들에겐 마치 탐험대와 동참한 듯한 생생한 긴장감과 공포를 느끼도록 배려했다.
임필성감독은 단편영화 ‘소년기’로 충무로 유망주로 떠오른 뒤 무려 6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작비 85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어드벤처물이 아닌 탓에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올드보이’의 유지태가 보여준 혼신의 연기는 관객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송강호는 광기를 ‘무표정’으로 표현한다.
구조요청 기계 부품을 씹어 먹어버리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동상걸린 대원의 발을 톱질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아쉬운 점은 신인 임필성 감독이 영화의 전체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와 남극에 이끌려 간다는 느낌을 주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는 미흡한 성공을 거둔다.
개봉 19일, 상영시간114분,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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