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서 열린다는 ‘고구려 대탐험전’을 보러가는데 먼 이국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고구려는 발해와 함께 실패한 역사, 잃어버린 역사라고 배웠다. 그래서 오랜 역사보다도 더 오랜 신화나 전설같은 나라가 아니었던가?
역사책 속에서만 갇혀 있었던 나라, 머언 기억 속에만 잠겨 있었던 나라, 그래서 잊어도 그만이었던 나라, 아니 먼 이웃나라 같이 잊고만 살았던 나라 고구려가 어느 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 의식의 변방에 머물렀던 고구려인들은 우리 후손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화려한 복장과 함께 나팔과 피리와 북을 연주하며, 칼과 창 그리고 활을 메고, 말과 수레를 타고 와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가?
1500여 년전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동북아시아의 최대 강국이었던 고구려인의 강인한 민족정신과 예술혼을 나는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언제 강인한 기상을 활짝 펴고 큰 소리 한 번 칠 수 있었는가?
‘고구려 대탐험전’을 보면서, 특히 초입에 서있는 장대한 광개토대왕 비문을 보면서 우리의 기상이 저 웅대한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고구려의 혼과 위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의 4위, 2002년 월드컵에서의 4강, 2005년 5월에 울려 퍼진 산악인 박영석의 북극점 도달에 따른 산악 그랜드슬램 등 이 모든 것이 저 백두산 아래 민족의 힘에서 연원되었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문명평론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의 발전은 녹록지 않은 환경이 던지는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고구려는 압록강 중류의 산악지방과 추운날씨 등 지리적·기후적 불리함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주변 제국과의 항쟁 속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투쟁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주었고, 부단한 중국과의 투쟁 속에서 불굴의 투지와 민족의 주체적 자각 위에 700여 년간 성장할 수 있었음을 ‘고구려 대탐험전’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태어난 독립국가가 100여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 우리처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낸 나라는 불과 2~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고구려 대탐험전’을 보면서 우리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그려지는 자학사관에 종지부를 찍고, 자랑스런 얼굴로 대~한민국을 외쳤던 우리의 기상을 활짝펴야 하겠다.
최근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은 정치적 의도로 인하여 ‘역사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때에 ‘고구려 대탐험전’은 동북아의 최대 강대국이었던 우리 선조인 고구려인의 기상처럼 우리의 약한 의식에 높이, 멀리 기상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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